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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미국 정가에서 논쟁이 가열되는 의료보험 개혁안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지난 주에 미국에선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는데, 특히나 정치권에선 의료보험 개혁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웠죠?

(답) 그렇습니다. 사실 이 의료보험 개혁은 6개월 전에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개혁 정책 중에서도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올 상반기 동안, 의회를 중심으로 이를 두고 논쟁이 계속됐었는데요, 최근에 드디어 중요한 진전이 있었죠? 전체 회의를 통과한 것은 아닙니다만, 지난 17일 연방 하원 교육. 노동위원회에서 의료보험 개혁안이 표결에 붙여져 통과가 됐습니다.

(문)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런 저런 개혁안들이 나왔는데, 이번에 하원 교육. 노동 위원회에서 통과된 안은 어떤 내용인가요?

(답) 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기존 민간 보험과 경쟁할 수 있는 국가 의료보험을 만들고요, 모든 사람이 민간 보험이나 국가에서 제공한 보험에 가입할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또 이번 개혁안에는 회사를 운영하는 고용자는 종업원들에게 건강 보험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습니다.

(문) 그런데 이번 개혁안에는 민간 보험회사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규정도 보이더군요?

(답) 네, 미국 안에 있는 보험 회사들 대부분은 병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들이 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것을 거부해왔습니다. 그러니까, 한번 병에 걸렸던 사람은 잘못하면 평생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서,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개혁안은 이런 조치들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문) 내용 상으로 보면 큰 진전을 이룬 안으로 보이는데, 하지만 이 안이 통과되는데 진통이 심했다고 하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 의료보험 개혁안은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야당인 공화당이 이 안에 격렬하게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문) 미국 의료 보험 제도에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빨리 고쳐야 한다는 것은 정파를 떠나서 민주, 공화 양 당이 합의에 이른 문제인데, 공화당 의원들이 이 개혁안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구체적으로 뭔가요?

(답) 한때 공화당은 국가 주도의 의료보험 제도를 만든다는 것 자체를 반대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의료 보험 제도를 손대지 않으면 나라 전체에 큰 문제가 생기리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공화당도 의료 보험 제도 개혁에 참여하게 됐죠? 최근 공화당은 과거 절대 반대 입장을 바꿔서 보험 제도 개선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방법의 문제를 두고 민주당과 대립하고 있는 것이죠.

(문) 의료 보험 개혁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논쟁을 곰곰히 살펴보면, 논쟁의 핵심이 국가 의료보험 제도를 실시하게 되면 엄청난 돈이 드는데, 이 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모아지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런데 의료보험 제도를 실시하면 돈이 얼마나 들 것이냐를 두고 여러가지 계산이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 의회예산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앞으로 10년 간 적게는 약 1조 달러에서 많게는 1조 5천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문) 현재 미국은 경제 위기 때문에 세금이 덜 걷히고, 정부 지출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늘어나면서 엄청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다가 10년 간 최대 1조 5천억 달러를 정부가 써야 한다고 하면, 도대체 재정 적자가 얼마까지 늘어난다는 얘긴가요?

(답) 네, 바로 그 점이 이번 의료 보험 개혁안을 반대하는 진영에서 강조하는 점입니다. 물론 이 돈을 어디에선가 가져올 수만 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돈 나올 곳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의료 보험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돈을 쓰긴 써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죠.

(문) 그래서 나온 방법이 세금을 더 걷자는 것이죠?

(답)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상황에서는 세금 인상이 가장 쉽게 꺼낼 수 있는 방법이 되겠죠? 이번 개혁안에서는 특히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늘려서 의료보험 제도 개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자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문) 의료보험 개혁안에 포함된 증세안을 보면 연간 28만 달러를 버는 개인이나, 부부가 합쳐서 매 년 35만 달러 이상을 버는 가정에는 2011년부터 1%의 부가세를 물린다고 하는군요. 또 부부 합산 소득이50만 달러 이상은 2%, 그리고 부부 합산 소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가정은 3%의 부가세를 물려서 의료보험 제도 유지에 필요한 비용의 절반 가량인 5천 억 달러 정도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국가 의료보험 제도를 만드는 것을 가지고도 사회주의니 뭐니 하면서 반발이 큰 데, 이를 위해서 세금까지 올린다고 하면, 공화당 측으로서는 펄쩍 뛸 노릇이겠군요?

(답) 아닌게 아니라 이번 개혁안에 포함된 증세안에 대해 공화당 측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마이클 스틸 공화당 전국 위원장은 지난 20일에 한 모임에서 연설을 했는데요, 이 연설에서 스틸 위원장 이런 말을 했네요, 이 개혁안은 미국 국민들에게 더 많은 돈을 걷어가면서, 정작 줄 것은 적게 주는 방안이라면서, 이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그런데 정작 민주당 안에서도 이번 개혁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나왔다고 하던데, 조금 의외군요?

(답) 네, 민주당 내 일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의원들이 세금을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이 개혁안에 반대했다고 합니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 개혁안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세금 인상 문제가 미국 사회에서는 민감한 문제라는 그런 얘기도 되겠죠?

(문) 자,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었지만, 결국엔 돈 문제, 그중에서도 세금 인상 문제가 의료 보험 제도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군요.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료보험 제도 개혁안, 과연 올 해 안에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까요?

(답) 네, 일단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빨리 이 개혁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정가가 국민들의 이익은 생각하지 않고, 또 과거처럼 이 개혁안을 유야무야 뭉개버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다소 강한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백악관 측은 오는 8월 7일 연방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개혁안이 처리되기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 개혁안 처리가 그때까지 처리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의 건강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있겠습니까? 미국에서 보험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을 감안한다면, 하루빨리 의료보험 개혁이 단행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김정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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