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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한 선박검사 법안 의회 처리 못해


일본 정국에 큰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아소 다로 총리가 다음 주 초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30일 총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야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국회에서 심의 중이던 북한 선박검사 법안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합니다.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 먼저,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가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일정을 발표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는 빠르면 다음 주 21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30일 정권 신임을 묻는 총선거를 실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아소 총리는 원래 다음 달 8일 총선거를 실시하는 일정을 염두에 두고, 이번 주 중 중의원을 해산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일 실시된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함에 따라 총선거 일정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여당 내 의원들의 요청을 받아 들여서 선거일을 다음 달 말로 잡은 것입니다.

일본의 하원 격인 중의원 선거는 정권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4년 임기의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정권 신임을 국민들에게 직접 묻는 의미가 있습니다. 일본 총리는 중의원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중의원 선거 결과가 정권교체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대통령제에서의 대통령 선거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 것입니다.

문) 다음 주 초에 중의원이 해산되면 그동안 국회에서 논의되던 북한선박 검사법안은 결국 처리되지 못하게 된 것이네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추진하던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에 대한 화물검사 특별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될 처지가 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제출한 화물검사 특별조치 법안은 최근에 하원 격인 중의원을 통과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이 14일 아소 다로 내각에 대한 문책결의안을 참의원에서 가결시킨 뒤에 일체의 법안 심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상원 격인 참의원 통과 가능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또 아소 총리가 오는 21일 중의원을 해산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 법안의 최종 성립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제2차 핵실험 강행 이후에 지난 달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제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다른 회원국들에 촉구하면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내 정치 문제로 사실상 법안이 폐기됨에 따라 외교적으로 상당히 체면을 구기게 됐습니다. 아소 총리는 이에 대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가장 영향을 받는 일본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참의원으로 넘어간 법안의 심의를 거부한 야당 측을 비난했습니다. 어쨌든 일본은 관련법안 성립이 무산됨에 따라 당분간 현행법으로 가능한 해상자위대의 정보수집 활동 등으로만 대응한다는 계획입니다.

문) 그런데,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총선거에서 일본의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현재의 내각지지율만 보면 여야 정권교체 가능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게 사실입니다. 집권 자민당의 아소 내각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상 최저의 지지율 수준입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자민당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습니다. 이런 민심 이반은 지난 12일 벌어진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총 1백27석을 놓고 다툰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은 38석을 확보한 데 그친 반면 민주당은 54석을 차지해서 원내 제1당으로 부상했습니다. 자민당은 공동 여당인 공명당의 23석과 합쳐도 과반 의석인 64석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만약에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게 되면 일본에선 2차대전 후 사실상 첫 정권교체로 평가됩니다. 일본에선 1993년 중의원 선거 이후 비(非)자민연합이 10개월 정도 정권을 잡은 적이 있긴 하지만 선거 후 정당 간 합종연횡에 의한 집권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정권교체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해서 정권을 잡으면 선거에 의한 첫 번째 정권교체가 되는 것입니다.

문) 일본 국민들이 여당인 자민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1955년 창당 이후 만년 여당이었던 자민당이 정권을 놓친 위기에 처한 것은 일본 국민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특히 경기침체와 연금부실에 따른 노후 불안 등이 국민들의 변화 욕구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입니다.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었다는 한 남성 회사원(53)은 “정권이 바뀌지 않으면 경제든, 국민생활이든 바뀌지 않을 것 같아 야당에 투표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다음 달 30일 총선거 까지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변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자민당의 총재 교체 가능성입니다. 자민당 내에선 인기가 바닥인 아소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할 게 확실한 만큼 ‘선거의 얼굴’인 총재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서 판세 반전을 노려야 한다는 얘긴데요, 하지만 일본 국민들의 잠재돼 있던 변화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상황에선 누가 새 총재가 되더라도 변화를 창출하지 못하는 자민당의 구태의연한 행태를 바꾸긴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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