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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개성 실무회담 성과 없이 끝나


남북한 당국은 오늘 (2일) 개성에서 열린 3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서로 간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한국 측은 억류 근로자 석방 문제를, 북한 측은 토지임대료 인상 문제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며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회담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앞서 열렸던 1, 2차 실무회담과 비교해 볼 때 오늘 회담은 남북한 사이의 입장 차를 확연하게 드러내는 회담이었던 것 같은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실무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영탁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는 회담을 마치고 서울 통일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토지임대료 5억 달러 인상안을 내세워 한국 측이 제기한 의제에 대한 협의를 사실상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측은 토지임대료 5억불 문제를 우선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우리 측이 제기한 의제에 대해선 협의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측은 토지임대료 인상 요구는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철회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런 입장 차 때문에 양측은 지난 1, 2차 회담 때와는 달리 오후 회담을 갖지 못하고 1시간 10분 가량 진행된 오전 협의로만 회담을 마무리했고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습니다.

문) 한국 측은 이번에도 현재 3개월 넘게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문제를 거론했겠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한국 측은 이번 회담에서 유 씨 접견과 조속한 석방을 보다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대해 북한 측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김영탁 대표가 전했습니다.

김영탁 대표는 브리핑에서 유 씨 석방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당연한 원칙의 문제라는 한국 정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근로자 문제는 합의서에 따라 빨리 처리하고 석방하는 것 원칙의 문제니까 그 것을 가지고 협상이다, 의제다 이렇게 할 순 없습니다.”

문) 그렇다면 지난 번 2차 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제안했던 의제들은 제대로 협의조차 안됐겠군요.

답) 네 그렇습니다. 먼저 한국 측이 지난번 회담에서 제안했던 외국공단 합동시찰 건과 관련해 이번 회담에선 시행날짜를 오는 20일로 제안했습니다.

한국 측은 인도적 차원에서 탁아소 건설 문제도 즉각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발전 3대원칙 즉, 규범 확립과 경제원리 추구, 그리고 미래지향적 발전의 원칙들을 거듭 강조하며 개성공단 관련 현안들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실무 본회담과 당면한 현안 문제를 개별적으로 다루는 실무 소회담으로 나눠서 앞으로 회담을 운영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한국 측은 또 남북 접촉이 시작된 지난 4월 21일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북측의 한국 대통령에 대한 비방 중지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 측 제안과 요구들은 토지임대료 인상을 우선 협의하자는 북측 입장에 막혀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북측은 지난 2차 회담에서 언급한 개성공단 통행과 체류 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토지임대료 인상 문제가 해결되면 자동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김영탁 대표는 전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사실상 이번 회담을 결렬로 봐야 하는 겁니까?

답) 일단 이번 회담 분위기는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 회담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측이 유 씨 석방 문제를 거듭 거론하자 북한 측은 “이런 식의 회담이라면 의미가 없다”며 반발한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김영탁 대표는 이에 대해 회담 결렬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다음 회담에 대한 북측의 언급이 전혀 없었지만 남북관계가 과거에도 그랬듯이 협의를 통해 차기 회담 성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 간 입장 차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회담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는 우려 섞인 분석들이 나오고 많습니다.

문) 그런데 북한이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별도의 통지문을 보냈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나요?

답) 네,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박철수 부총국장은 지난 달 27일 개성공단기업협회 김학권 회장에게 통지문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통지문에는 억류 중인 유 씨의 범법 행위가 엄중하고 개성공단 파행의 원인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은 한국 정부에 있다는 등의 주장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이번 통지문이 협회가 지난 25일 북측에 재협상안을 철회하고 근로자의 신변안전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 데 대해 북측이 자신들의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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