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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1] 본격화된 김정일 후계 구도


지난 해 8월 불거져 나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이후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들에서는 북한 내 권력 승계와 관련한 보도와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을 실시한 것은 후계구도 확립을 위한 권력 내부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의 후계 문제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후계 문제의 조짐과 그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한국과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후계 문제를 자주 보도하고 있습니다. 보도의 핵심은 북한의 수뇌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을 후계 작업에 착수했으며, 실제로 이와 관련한 모종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바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로부터 북한에서 후계 작업이 시작됐음을 내비치는 공개적인 언급이 나오고 있는 점입니다.

미국의 외교정책 사령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2월 19일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북한 내부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획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더 이상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발언은 김정일 위원장 이후를 겨냥한 다툼이 북한 권력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오바마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최근 한 비공개 자리에서 북한에서 이미 후계 작업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아예 김정일 위원장이 이미 후계자를 내정하고 이 사실을 중국에 통고했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최근 평양을 다녀 온 중국 전문가로부터 북한에서 후계자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아시아 재단 산하 미-한 정책센터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도 장거리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 등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권력 내부 사정과 연관 지으면서, 후계자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의 행태가 과거와 달라졌다며, 이를 후계 움직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대북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최고 책임자가 북한 내 권력승계 문제를 언급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2월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일의 아들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 권력승계 문제는 심지어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서울의 탈북자 단체인 'NK 지식인연대'는 최근 '현지 통신원 정보'라며, '지난 달 18일 양강도 보안국 회의실에서 보안서장과 보위부장을 모아놓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유일한 후계자이신 영명하신 김정운 대장'이라는 제목의 강연회가 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후계 문제와 관련한 이 같은 관측들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 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면서부터 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해 8월 뇌졸중 등 건강 이상설과 함께 석 달 이상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건강을 회복한 듯 현지 지도를 다니는 등 국정 일선에 복귀했지만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수척해진 외모와 올해 67살인 나이 등을 감안한 때문인지 그가 후계 작업에 착수했다는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최근 국방위원회를 확대개편한 것도 후계체제를 염두에 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0-80년대 권력이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위원장으로 넘어올 때는 노동당이 앞장서 후계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노동당은 지난 1980년 이래 29년 간 당 대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국민대 정창현 교수입니다.

"노동당 정치국이 활성화 돼야 하는데 정치국이 사실상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위원회가 중심기구로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그동안 후계 문제와 관련해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이 권력을 이어받는 3대 세습과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나 군부 인사 등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이 아닌 인사에게로 권력이 넘어가는 경우, 그리고 중국과 같은 집단지도체제가 그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국책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는 북한의 봉건적인 정치문화와 내부 사정을 감안할 때 아들이 권력을 세습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의 아들 중 한 명이 후계자가 되고 엘리트들이 후원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후계와 관련해 가장 큰 변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7-8년 이상 북한을 통치할 경우 후계 문제가 순조롭게 진행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장기간 북한을 통치할 경우 아들이 후계자가 될 수 있겠지만 만일 2-3년 안에 병으로 쓰러지거나 권좌에서 물러날 경우 아들이 후계자가 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2년이 북한 후계 문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습니다.

따라서 북한 수뇌부는 그 때까지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비롯한 경제난을 해결하고 후계자를 내세우려 할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또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기존의 강경 노선을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2011년까지 해결하고, 2012년에 들어서 후계자를 중심으로 당 대회를 준비하는 이런 일정표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서두르는 것 같습니다."

사망한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74년 당시 32살인 김정일을 후계자로 지명했습니다. 그 후 김 주석은 20년에 걸쳐 노동당 총서기와 최고사령관 등 자신의 직책을 하나씩 아들인 김정일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후계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은 앞으로 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후계 준비 작업을 마무리 하려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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