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의 2차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노출로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미국의 핵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지하 핵실험의 상대적인 안전성과 적은 실험 횟수, 핵실험 장소의 이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25일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하자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핵실험이 한국에도 방사능 오염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 정부의 핵실험 규모가 1차 때 보다 훨씬 크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안전 여부가 확실하지 않고, 특히 북한 내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오염된 지하수가 동해로 흘러 해양오염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그런 우려를 과장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핵실험은 늘 위험성을 동반한다며, 그러나 지하 핵실험은 기체성 물질이 대기 중에 노출될 경우 방사성을 대부분 상실하기 때문에 큰 우려가 없다고 말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몬트레이국제대학교의 핵 전문가인 신성택 교수 역시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현재로서는 큰 우려사항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1백 번이나 2백 번을 같은 장소에서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요. 우선 양이 많아지니까요."
신 교수는 고체와 액체로 이뤄진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은 폭발할 때 지하에 발생한 고열로 흙이나 바위가 녹으면서 시멘트처럼 봉합돼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표면에 남아있는 일부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에 녹아 퍼져나갈 수 있지만 인체에 피해를 줄 가능성은 규모와 핵실험 횟수로 볼 때 매우 미약하다는 것입니다.
신 교수는 전체 방사능 물질의 5% 미만으로 추정되는 기체 가스 역시 올브라이트 소장의 지적처럼 무시할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합니다.
"제논 가스와 크립톤 가스 두 가지가 있는데요. 크립톤은 나오자마자 굉장히 적은 양이 나와서 공중에 퍼지기 때문에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고요. 제논 가스도 굉장히 높이 올라가 기류를 타고 확산됩니다. 굉장히 양이 적죠."
신 교수는 제논 가스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증거를 확보할 수 있지만 인체와 환경에 피해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방사성 물질은 최고 10년 이상 폐와 피부 등 몸 안에 잠식해 각종 질병과 암을 유발시킵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북한 정부의 핵실험에 대한 방사능 피해 우려는 과거 중국과 미국 등지에서 발생했던 핵실험 피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1964년부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CTBT)에 가입한 1996년까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사막에서 46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말합니다.
일본 삿포로 대학의 다카다 준 교수는 지난 3월 '실크로드의 죽음' 이란 제목으로 도쿄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의 46차례 핵실험으로 1백48만 명이 방사능 오염물질에 노출됐으며 이 중 19만 명이 방사능 노출로 유발된 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사망했다고 추정했습니다. 도쿄 면적의 1백36배에 달하는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돼 1986년 옛 소련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화재 사고보다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1963년 이전까지 네바다 주 사막에서 5백여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한 뒤 주민들의 건강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핵실험 뒤 지역 주민들의 백혈병과 암 발생율이 높아지자 미 의회는 뒤늦게 방사능 노출 보상법을 채택하고 암에 걸린 환자들에게 5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피해는 지상 핵실험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지하 핵실험과는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의 1, 2차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는 지반 붕괴 우려가 적은 화강암 지역인데다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험준하게 들어서 있어 만일의 경우에도 주민 피해와 오염 사례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