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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역사 왜곡 방지 작업 착수


러시아 정부가 소위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에 나섰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군의 역할을 비롯해 러시아 역사의 왜곡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는데요.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나서서 러시아 역사 교육의 방향을 총지휘하고 있는 가운데 역사 미화 작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문) 러시아 정부, 푸틴 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특히 권력의 고삐를 다시 죄는 듯한 움직임이 두드러졌는데요. 이번에는 역사까지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군요.

답)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러시아 역사를 함부로 왜곡하면 처벌도 불사하겠다, 그런 취지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 과정을 총괄하는 특별위원회를 설립할 계획인데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공식 문건이 이미 지난 19일 정부 웹사이트에 게재됐습니다.

문) 정부가 직접, 특히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뭔가 벼르고 있다는 느낌도 드네요.

답) 상당히 공세적입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 역사를 의도적으로 날조하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 역사에 대한 왜곡 사례가 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발언 들어보시죠.

어떤 분야에서든 각각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역사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다르다는 거죠?) 2차 대전에 참전해 직접 당시 상황을 목격한 러시아 인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그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렇죠? 어쨌든 그 시기 러시아 역사에 공백이 생기고 있는데 무지에 의해서건, 또는 의도적인 왜곡 때문이건 그 공백을 새로운 해석이 메우고 있다는 얘깁니다.

문) 전쟁 중 일어난 일이나 참전국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언제나 의견이 분분하지 않습니까? 러시아 정부가 소위 '왜곡'이라고 부르는 대목은 뭡니까?

답) 대표적인 사례가 러시아가 2차 대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일부 러시아 언론들이 이 같은 인상을 줄만한 보도를 자주 내보내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 독일이 2차 대전에서 승리했다면 이후 상황이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그런 식의 역사 해석도 있다고 합니다.

문) 구체적으로 그렇게 새로운 역사 해석을 하는 주체는 누굽니까? 러시아 정부가 지목하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나요?

답) 여럿 있습니다만 정부가 지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이 알렉세이 피보바로프라는 언론인입니다. 피보바로프는 최근 2차 대전 관련 기록영화를 텔레비전을 통해 러시아 전역에 방영했는데요. 1942년 나치 독일군이 전략요충지인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기 위해 총공세를 폈던 곳, 볼가강 하류가 무대입니다. 그런데 이 전투를 소위 '고기분쇄기'라고 부르는 역사학자들의 견해를 피보바로프가 그대로 전했는데요. 러시아 당국으로서는 이 점이 불만입니다.

문) '고기분쇄기'요? 그만큼 전사자가 많았다는 얘기겠죠. (네, 상당히 사실적이죠?) 좀 미화도 할 만한데 너무 노골적으로 상황을 묘사한 점이 불만이라는 얘긴가요?

답) 바로 그렇습니다. 사실 그 전투에서 1백50만 명이 사망했다는 사실, 또 그 중 3분의 2가 러시아 측 희생자라는 사실을 아는 러시아 인들은 많지 않습니다. 러시아 당국의 공식적인 설명은 당시 러시아 군의 뛰어난 지도력과 영웅적 행위에만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입니다.

문) 피보바로프의 해석이 사실에 가깝지만 러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겠군요.

답) 군 관계자들은 피보바로프를 아예 배신자로 낙인 찍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주장하는 소위 역사 왜곡이 또 있습니다. 마흐무트 가례에프 러시아 군사과학아카데미 원장이 지적하는 내용인데요. 2차 대전 당시 소련군이 발트해 연안 국가들과 폴란드를 강제로 점령했다고 하는데 그들 국가에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나치 독일군을 격퇴할 수 있겠는가 반문하고 있습니다.

문) 옛 소련 공화국에 속했던 국가들은 소비에트 점령이 적대적이었다고 주장하는데 러시아 정부는 그게 아니라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런 해석이 러시아 역사에 스며들지 못하도록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것이 역사 왜곡 방지를 위한 특별위원회의 설립 목적이구요. 앞으로 역사 왜곡을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벌금을 부과하거나 최소 5년의 징역형을 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강경하군요. 하지만 왜곡을 막기 위한 또 하나의 왜곡으로 이어져서는 안되겠지요? 러시아가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에 나선 소식 알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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