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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개성공단 계약무효화는 무리수’


북한이 개성공단에 적용해 온 토지 임대료 등의 계약 내용을 무효화 한다고 밝힌 것은 관련 법규와 남북 간 합의들에 미뤄볼 때 무리한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지난 15일 일방적인 통지문을 통해 무효화 하겠다고 한 것은 현행 토지 임대 값과 토지 사용료, 임금, 세금 등 4가지입니다.

토지 임대 값은 말 그대로 북한이 개성공단의 토지를 남한에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돈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발표한 개성공업지구 부동산 규정에 따르면 개발업자는 북한의 중앙공업지구 지도 기관과 토지 임대차 계약을 맺도록 돼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개발업자는 남한의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를 의미합니다. 이 규정에 따라 남한의 현대아산과 북한 측은 지난 2004년 3월 계약을 맺으면서 개성의 1단계 1백만 평 토지를 50년 간 사용한다는 계약을 맺고 임차료1천 6백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따라서 이미 계약을 맺고 돈까지 지불한 합의 내용을 5년 뒤에 무효화 시키고 다시 돈을 내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한국 정부의 국책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의 홍현익 박사는 말했습니다.

"임대료는 이미 다 지불을 해서 계약은 유효한 데 북한이 국가 권력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입니다."

토지 사용료 문제도 마찬가지 입니다. 북한 정부가 발표한 개성공업지구 규정에 따르면 북한은 개발업자에게 토지 사용료를 10년 간 받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약속과 달리 내년부터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인 조지아주립대학의 오승혜 교수는 북한의 개성공단 법규 무효화 선언은 북한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처럼 자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약속과 합의를 어기는 나라에 대해서라면 남한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도 투자를 꺼릴 것이란 얘기입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한 해 3천만 달러의 외화 수입을 올리고 근로자 3만 명, 그리고 그 가족까지 치면 10만 명의 생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북한의 개성공단 법규 무효화 조치는 북한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북한은 또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 기업에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도록 요구하고, 기업들에 대한 세금도 부과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평양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3년 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결정을 통해 개성공업지구 노동 규정을 채택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월 최저 노임은 50달러로 하며, 한해 5% 범위 내에서 인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개성공단에 남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의 임금이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싼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특혜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전세계 각국이 세금 면제와 값싼 노동력 등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내세울 만한 것은 '중국보다 싼 임금'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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