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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탈북자 구출도 어려워져’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가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 내 탈북자 구출과 탈북 고아 지원 활동을 펴고 있는 민간단체들은 경제난으로 기부금이 줄어들어 쇄도하는 탈북자들의 지원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일본에 있는 민간단체 북조선난민구원기금은 지난 1998년부터 대북 식량 지원과 탈북자 구출, 부모를 잃은 탈북 고아들의 교육과 생계를 지원해왔습니다.

활동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탈북자들이 도움을 요청해 오고 있지만 이 단체의 가토 히로시 대표는 최근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순수하게 일본 시민들의 기부를 받아 활동하기 때문에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최근의 경기침체로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토 대표는 최근 중국 내 탈북자 10명이 도움을 요청해왔지만 충분한 지원금을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탈북자 지원단체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지난 10여년 간 중국 내 탈북자 8백 여명을 구출한 두리하나선교회는 최근 중국 위안화에 대한 한국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 단체 대표 천기원 목사는 경제 문제로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러나 경기침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대상 가운데 하나는 중국 내 탈북자들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갑자기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까 1백50~1백60원 하던 게 2백원대로 올랐으니 많게는 3분의 1이 껑충 뛴 거죠. 그러다 보니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고 탈북자 구출에도 경비가 30% 더 들어가니까, 탈북자 본인들도 어렵고 도와주는 우리도 어렵고. 경제가 나쁘다 보니까 그 사람들이 제일 많이 피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천 목사는 한국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중국에서 1명을 제 3국으로 탈출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1백50만원에서 2백만원대로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북동부 뉴욕에 있는 기독교 민간단체 `318 파트너스’도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단체의 스티브 김 대표는 그러나 다른 단체에 비해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영향은 덜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지장이 있죠. 그런데 이 곳 뉴욕의 미국 민간단체들은 40% 정도 기부가 적게 들어온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저희 318파트너스는 워낙 규모가 적은 곳이라서 느낌은 별로 없는데, 그래도 기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기는 하죠.”

스티브 김 대표는 그러나 달러의 가치가 원화처럼 크게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현재 중국에서 인신매매된 여성 1명을 구출하는 데 평균 1천 3백 달러 정도를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구출에 대한 비용과 환율 부담이 커지면서 중국에서 제 3국으로 탈출하는 탈북자 수도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수용소 내 탈북자 수가 과거보다 줄고 있다며, 한국으로 떠나는 탈북자가 한 달 평균 1백~1백50명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지원 단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가 강화돼 북한주민들의 탈출이 쉽지 않은데다, 탈북자 지원 경비 부담마저 커져 북한과 중국 내 북한주민들의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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