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에이즈 발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시아 국가들의 마약 관련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에이즈와 마약단속법 간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문) 에이즈로부터의 안전지대는 더 이상 없다고 할 만큼 이제 세계 각국이 에이즈 발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아시아 지역에서도 환자가 많이 늘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아시아 전체에 5백만 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습니다. 특히 이들 에이즈 환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구요.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 에이즈 예방과 환자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문) 그런 만큼 에이즈 통제를 위한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요. 아시아 지역에서는 마약 관련 법안들이 에이즈 발병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그런 지적이 있더군요. 무슨 얘기입니까?
답) 최근 유엔이 태국에서 개최한 에이즈 관련 회의에서 나온 내용인데요. 아시아 국가 정부들이 대대적으로 시행해온 마약단속법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지적입니다. 마약 중독자들이 주사기를 사용해 마약을 투여하는 경우가 흔한데요. 주사기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면서 에이즈를 옮기는 사례 역시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 마약단속법은 이들 마약 중독자들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겁니다.
문) 그러다 보면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일 수도 있는 일부 마약중독자에 대한 관리와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이런 얘기로 들리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실제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마약 관련 법 규정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마약 사용자들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은 흔한 일이구요. 심지어 헤로인과 같은 마약을 소지하거나 팔다가 적발되기만 해도 사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와 관리가 생략된 이런 기계적인 처벌 과정에서 에이즈가 급속히 번질 수 있다는 더 치명적인 문제점은 간과된다는 것이죠.
문) 에이즈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년 남짓한데 마약 문제는 훨씬 오래 전부터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그런 시차가 있기 때문에 정책상 불균형이 생기는 것 아닐까요?
답) 그 점이 바로 유엔이 지적한 에이즈 관련 문제의 핵심입니다. 유엔 아시아에이즈위원회 프라사다 라오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각국의 마약 관련 법안이 제정된 시기는 이미 30년이나 40년 전, 심지어 50년 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시대에 맞지 않는 관행들이 있는데도 여전히 이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마약 판매업자들과 마약 사용자들을 전혀 구별하지 않고 같은 법 테두리 내에서 다루는 현행법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 마약중독자들을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지적이군요. 현재 아시아 국가들의 에이즈 발병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 캄보디아라든지 버마, 태국 등에서는 최근 에이즈 환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베트남 등에서는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서는 주사바늘을 통한 마약 투여 과정에서 에이즈가 전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 현재 유엔이 나서서 에이즈와 마약 사용과의 상관관계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마약관련법을 현실화한다는 원론적인 방법 외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답) 마약 복용-에이즈 감염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유엔은 이런 차원에서 마약중독자들이 주사 바늘을 중복 사용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구요. (마약 자체는 바로 끊을 수가 없으니까요) 예. 그렇긴 하지만 마약중독자들이 메타돈과 같은 진통제를 복용함으로써 서서히 마약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 방법이 실제로 성과가 있나요?
답) 호주에서는 유엔이 벌이고 있는 이 같은 마약중독 근절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성공에 힘입어 타이완이나 방글라데시, 베트남에서도 같은 방법을 적용하고 있구요. 특히 타이완에서는 지난 2년 간 마약 중독자가 70%나 줄어드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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