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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망


북한의 로켓 발사와 이후 벌어지고 있는 영변 핵 시설 원상복구 등 움직임이 오늘 (20일)로 출범 3개월을 맞은 바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에 대처할 대북정책 사령탑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문) 서지현 기자(네)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과연 현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확고한 노선을 갖고 응답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이런 저런 우려가 나오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을 둘러싼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데 반해 대북정책 재검토가 아직 진행 중인데다, 정책을 관장할 요직 인선도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를 임명했지만 정책 이행 실무진들이 아직 완전하게 짜여지지 않아 현 상황에서 명확한 대북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보즈워스 특사는 미국 터프츠대학교 외교법학대학원장을 겸임하는 비상근직입니다. 현실적으로 북한 문제에만 진력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핵심 요직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아직 내정 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 윌러스 그렉슨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는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한 상태이고,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는 전임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에 필적할 무게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외교정책분석연구소의 제임스 쇼프 연구원은 북한을 둘러싼 상황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누구 주도할지 결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흘러가고 있다며, 이는 당연한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현재 전술적으로는 북한의 하루하루의 조처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만, 좀 더 폭넓게 비핵화, 비확산, 동맹, 중국과의 관계, 인권 등 다양한 사안과 연계해 북한 문제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문) 전술은 있지만 전략이 없다는 분석이군요.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불과 3개월 밖에 안 됐지 않습니까. 현실적으로 종합적인 대응이 어려운 점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답) 네, 전문가들도 대북정책 당국자들이 자리를 잡고 일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역시 5월1일에야 공식 임기를 시작할 정도로 취임 초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의 아니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교의 북한 전문가인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언제나 시간제 고용자들, 즉 ‘파트타이머’들이 담당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한 행정부 임기 중 지속적으로 북한을 다룬다 해도 4~5년 정도의 대북정책 경험이 전부인 사람들이 미국의 정책을 이끌고 있으며, 임기 뒤에는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 행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정책 담당자가 바뀌는 것이 미국 외교정책의 반복되는 취약점이라는 분석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특히 북한이라는 특수한 나라를 다루는 데서 이는 굉장한 약점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프랭크 교수는 거꾸로 북한의 경우 대미 정책을 담당하는 당국자들은 20~30년씩 미국과 상대해 온 ‘진짜 전문가’들이라며 미 행정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 당국자들에 비하면 누가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담당자가 되든 ‘파트타이머’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프랭크 교수는 게다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궁극적으로는 군사적 압력, 경제적 압력, 화해라는 3가지 선택사항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이 같은 중대한 결정은 최고 정책결정권자가 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해 ‘약간’ 아는 당국자 20명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아직 완전한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가 확고한 대북정책 노선을 확립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까.

답)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프랭크 교수는 현재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정책 전략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른 어떤 외교 사안보다 북한 문제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최우선 순위가 되게 하려는 북한의 전략이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 때처럼 대북정책 노선이 늦게 결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얼마 되지 않아 로켓을 발사하고,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 등에 강력 반발하는 것이며, 이런 전략은 성공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외교정책분석연구소의 제임스 쇼프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부시 행정부보다 훨씬 늦게 완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전임 부시 행정부는 2001년 6월에 대북정책을 내놓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그보다 훨씬 늦은 올 가을께나 돼야 확고한 대북정책을 내놓을 것 같다는 지적입니다.

문) 그같이 전망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답) 각각의 사안에 대한 단기 처방은 내놓을 수 있어도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밑그림은 가을이나 돼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인데요. 북한의 로켓 발사로 이미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을지,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등 각 부처를 종합해 최종 정책을 조율해 내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쇼프 연구원은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과의 직접적인 관계라기 보다는 다른 나라와의 외교관계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미-북 관계와 6자회담을 대체할 수 없다’는 수준의 원칙이 종합적인 대북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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