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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이란과 서방 간 중재역 자임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란과 서방 국가들 간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핵 개발 문제를 놓고 그동안 이란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는데요, 중재역을 자임한 시리아 역시 나름대로 여러 가지 변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제안한 중재 역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기자: 네, 그동안 긴장이 고조돼 왔던 이란과 서방 국가들, 특히 이란과 미국 간의 갈등을 시리아가 나서서 풀어보겠다, 그런 내용의 제안입니다. 이란과 서방의 갈등은 물론 핵 문제 때문인데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에 대해 이란은 평화적 목적의 핵 계획이라고 반발하고 있구요.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가 양측 간 이런 갈등의 해결사로 나서보겠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시리아도 서방 국가들과 그렇게 편한 사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2005년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총리 암살의 배후로 시리아가 지목되면서 서방 측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됐는데요. (같은 중동 지역에서도 갈등이 많았잖아요) 예, 서방 국가 뿐만 아니라 역내의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같은 나라들과도 갈등을 겪었죠. 특히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저항세력에 시리아가 개입했다며 경제 봉쇄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중재를 자임하면서 시리아도 서방 측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 이런 목적이 있어 보이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시리아가 서방 측에 손을 내미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시리아 뿐만 아니라 미국도 시리아에 적극 화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의회 방문단이 몇 차례나 시리아를 찾았고, 백악관과 국무부도 시리아에 특사를 파견했습니다. 또 하리리 총리 암살 사건과 관련해 취했던 시리아 주재 대사 소환 결정을 철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시리아를 지렛대 삼아서 새로운 중동정책을 펼쳐 보겠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계산이구요. 시리아 측으로는 경제 봉쇄를 풀고 이 참에 이스라엘에 뺏긴 골란고원을 되찾고자 하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글쎄요. 미국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 중동 지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미국이 과연 시리아의 계산대로 움직여 줄까요?

기자: 예, 바로 그 점 때문에 시리아의 중재 역할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베이루트에 있는 아메리칸대학의 힐랄 카샨 교수가 그 중 대표적인데요. 카샨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미국이 시리아와 가까워지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서인데, 시리아가 중재에 나서면 오히려 이란이 시리아와 더 가까워지지 않겠느냐, 그런 지적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시리아와 이란을 떼어놓는 것이 이득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 주장도 나올 수 있겠군요. 어쨌든 아사드 대통령은 상당히 적극적인 것 같은데요.

기자: 시리아 역시 순수한 중재자 역할 외에 중요한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푸아드 아자미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라피크 알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심리가 현재 헤이그의 유엔 특별재판소에서 진행 중인데요. 아사드 대통령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이란과 미국 간 중재에 나섬으로써 '선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시리아만 비난하지 마라, 이란이 더 나쁘다,"는 분위기를 은근히 조성할 의도라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그러면 시리아가 어떤 식으로 중재를 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아사드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이란 정부를 향한 구체적인 제안만 마련한다면 적극 중재 역할에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란과는 지난 1980년 이란-이라크전이 발발했을 때부터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시리아는 서방 국가들이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란을 봉쇄하려면 할수록 이란을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조언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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