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평양주재 영국 대사 글 인터넷에서 논란


평양을 평온하고 전원적인 도시로 묘사한 북한주재 영국 대사의 글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피터 휴즈 영국대사가 지난 13일 한국 주재 마틴 우든 영국대사의 개인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본 방문객들은 북한 관영통신의 성명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이진희 기자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문: 이진희 기자, 먼저 평양주재 피터 휴즈 영국대사가 쓴 글의 내용을 소개해 주시죠.

답: 네, 일요일인 지난 8일 열린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선거 당일의 평양 거리 모습을 묘사한 글인데요. 휴즈 대사는 ‘평양에도 봄이 온 것 같다, 선거가 열린 일요일은 비교적 따뜻하고 햇볕이 좋았으며, 평양 전역에 걸쳐 매우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 주변을 오가거나 소풍 또는 산책을 하기 위해 공원에 몰려 있었다’고 전하고, ‘여성들은 색색의 한복을 차려 입고, 남성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 중 최고의 양복을 입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문: 날씨가 좋은 봄날 투표를 마치고 여유롭게 휴일을 즐기는 듯한 풍경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휴즈 대사는 ‘투표소 밖에서는 사람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가운데, 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악단이 연주를 하고, 사람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고 적고 있습니다. 또 ‘음료수와 간단한 음식을 파는 판매대는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며, `주민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습니다. 휴즈 대사는 이어 ‘주말 이후 평양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적고 있는데요,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는 공원과 거리주변 모습, 교복 입은 학생들의 행렬, 아파트 주변 조그만 부지에 각종 봄 나물과 야채 등을 심기 위해 준비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문: 그런데 이 글이 왜 논란을 빚고 있는 겁니까?

답: 북한 선거의 문제점이나 북한하면 떠오르는 식량난, 경제난 같은 어두운 면을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휴즈 대사는 지난 13일 이 글을 한국주재 영국대사인 마틴 우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요, 블로그란 개인이 관심 있는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들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말합니다. 글이 올려진 뒤, 이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계속되면서 블로그가 달아 올랐습니다.

문: 누가 어떤 비판들을 한 겁니까?

답: 주로 외국인 독자들이 비판을 했는데요. 한 사람은, 이 글이 영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외교관에게서 나온 통찰이냐, 아니면 북한 관영 언론사가 배포한 보도자료냐고 지적했습니다. 또다른 사람은, 휴즈 대사가 북한을 전원적으로 살 수 있는 곳처럼 묘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문: 방문자들의 비판에 대한 휴즈 대사의 답변이 있었습니까?

답: 네, 휴즈 대사는 자신의 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5일 해명성 답글을 올렸는데요, ‘평양을 정상적인 도시로 묘사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 평양은 많은 면에서 정상적인 도시다’라고 말했습니다. 휴즈 대사는 자신이 처음 글을 올린 것은 정치적 논평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양이 어둡고 악마가 들끓는 사악한 곳이 아니라, 매일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임을 보여주기 위한 기회’였다고 해명했습니다. 휴즈 대사는 답글에서는 북한사회의 어두운 면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문: 휴즈 대사의 답글에서 북한 사회의 어떤 모습이 언급됐습니까?

답: 휴즈 대사는 ‘투표장 밖에서 악대가 연주하던 노래는 민요나 전통 가락이 아니라, 북한 정부와 지도자에 대한 찬사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선거는 ‘한 선거구에 후보 한 명이 나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모든 후보가 1백% 찬성표를 받고 당선됐고, 99%의 투표율이 나온 것은 의무투표제가 강력하게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행렬하는 학생들은 동요를 부르는 게 아니라,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문: 식량 사정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까?

답: 휴즈 대사는 처음에 올린 글에서, 아파트 주변 조그만 부지에 나물과 채소 등을 심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묘사했는데요, 두 번 째 글에서는 이에 대해 `주민들이 북한의 농업정책 때문에 만성적인 식량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늘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또 ‘북한사회는 전원적으로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며, 사치와 혜택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정부의 ‘정책들 때문에 나라가 수 십 년 간 심각한 경제적 정체 상황에 처해 있고, 핵 개발 계획과 한국과의 군사적 대치 상황, 또 잔혹한 인권 상황 때문에 전세계로부터 고립됐다’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문: 처음 올린 글에는 없었던 비판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군요. 휴즈 대사의 답글에 대한 방문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휴즈 대사의 첫 번째 글을 비판했던 한 방문자는 휴즈 대사의 답글을 보니 “주민들을 북한체제와 구별해서 보려는 노력이 보였고, 북한주민들도 단지 어려운 때 비옥한 봄을 즐기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문: 180도 달라진 반응인데요?

답: 그렇죠. 하지만 비판적인 반응이 여전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영국인 방문자는 휴즈 대사의 평양에 대한 장미빛 묘사가 중요한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같은 사회에서 1백% 찬성률은 뉴스도 아니며, 투표율이 99%였다는 것은 투표를 하지 않은 1%는 곧 재교육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양에 있는 영국인이 북한 사람이 된 게 아니냐’ 고 힐난했습니다. 이 밖에 북한주민들이 나라를 궁핍과 굶주림으로 몰고 간 지도자를 1백% 지지하기 위해 투표를 했다고 믿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문: 그렇군요. 휴즈 대사의 글에 대한 공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까.
답: 네, 18일에도 비판과 독려의 글들이 계속 이어졌는데요, 이에 대한 휴즈 대사의 답변도 있었습니다. 특히 휴즈 대사가 자신의 글은 `평양이 어둡고 악마가 들끓는 사악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기회였다’고 해명한 데 대해, 누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진희 기자와 함께 논란을 빚고 있는 평양주재 영국대사의 북한 관련 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