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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전문직 종사자 대탈출


오랜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전문직 종사자들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 양측으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받고 더 이상 고향 땅에서 살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전문직 종사자들이 사라지면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기가 어려울 텐데, 이들의 탈출 행렬,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기자: 지난 1991년 소말리아가 내전에 휩싸인 뒤부터 소말리아 국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만 해외로 몸을 피한 사람이10만 명이 넘는데요,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전문직 종사자들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학교수, 변호사, 의사, 기술자, 언론인, 사업가, 이렇게 다양한 분양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이웃 아프리카 국가들로 빠져나가고 있고, 소말리아 이민사회가 뿌리를 내린 미국과 캐나다, 스웨덴 같은 서방국가들로도 많이들 피난을 가고 있습니다.

MC: 전문직 종사자들이 빠져나가고 없는 소말리아 사회,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기자: 아무래도 정상적으로 기능하기가 어렵겠죠. 수도 모가디슈에 있는 주요 대학 5개가 교수들이 피난 가고 없어서 모두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소말리아가 총칼 때문이 아니라 사회 기능 마비로 안에서부터 무너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군벌과 이슬람 추종자들만 소말리아를 지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반면에 이웃나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소말리아 피난민들이 새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를 옮겨 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랍니다.

MC: 어느 정도이길래 그런 말이 나오는 겁니까?

기자: 소말리아의 대형 수입상들이 나이로비에 몰려 있다는 사실만 봐도 이런 상황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의류에서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수입품들이 이 수입상들의 손을 거치고 있는데요, 나이로비의 이스트레이라는 소말리아인 밀집 지역에 수입상들의 사무실이 몰려 있습니다. 소말리아의 대형 송금 회사도 최근에 이스트레이로 본사를 옮겼습니다. 소말리아 신문사와 병원도 이 곳에 새로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일부 화물회사들은 본업인 화물 운송을 제쳐두고 소말리아인들을 전문적으로 실어 나르는 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MC: 소말리아 사람들이 이렇게 고향을 등지고 이웃나라로 몰려드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18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내전 때문에 목숨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지난 달 새로 뽑힌 셰이크 샤리프 아메드 대통령마저도 보안 문제 때문에 소말리아 국내 보다는 해외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합니다. 특히 전문직 종사자들은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서 어느 편을 들 것인지 강요 받기 일쑤인데요, 정치적인 색깔을 밝혔다가는 반대 편으로부터 살해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이름이 알려진 인사들을 암살하면 이슬람 반군 안에서 공로를 인정 받기 쉽게 때문에 반군들이 전문직 종사자들을 노리는 일이 많습니다.

MC: 내전 때문에 소말리아의 치안이 엉망이라는 말이군요. 소말리아 내전,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과도정부를 이끌었던 압둘라이 유수프 아메드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평화협상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말 물러났습니다. 정부군을 지원하던 에티오피아 군도 지난1월 소말리아에서 모두 철수했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온건 이슬람 세력이 들어앉았습니다. 이슬람 성직자 출신의 셰이크 샤리프 아메드가 과도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뽑혔는데요, 소말리아의 여러 정파와 부족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아직도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서 소말리아의 내전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MC: 마지막으로 소말리아 내전의 배경을 살펴보죠. 소말리아 내전,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기자: 지난 1990년 중앙정부가 무너진 뒤부터 내전이 시작됐습니다. 소말리아는 지난 1960년 이탈리아와 영국의 점령 아래 있던 지역이 각각 독립해서 세운 나라인데요, 군부 독재정권이 30년 가까이 통치했습니다. 그러다 1991년 독재에 반대하는 정파가 힘을 합해 쿠데타를 일으켜서 독재정권을 몰아냈습니다. 그 뒤 과도정부가 수립되고 대통령도 뽑았지만, 정파와 부족 간의 이해 충돌을 극복하지 못하고 온 나라가 내전에 휩싸였습니다. 여기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까지 내전에 뛰어드는 바람에 소말리아 정부가 20년 가까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MC: 소말리아의 새 정권이 앞으로 나라를 어떻게 추스려 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연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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