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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차관보 이라크 대사 내정 둘러싸고 논란 가중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주재 대사로 지명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 대해 일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이들은 힐 차관보가 중동 지역 경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가 수행한 북한과의 핵 협상에 대한 불만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유미정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유미정 기자, 지난 달 27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이라크 대사로 지명됐다는 발표에 대해 언론 등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힐 지명자는 최근 5년 간 한국주재 대사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그리고 북 핵 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한반도 문제에 깊숙히 관여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에서 신설되는 대북 특사 직에 이름이 거론됐었습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힐 차관보를 뛰어난 협상가로 평가하면서도 그가 아랍어를 할 줄 모르고, 주로 유럽과 동북아시아에서 외교 경력을 쌓은 점을 들어 이라크 대사 지명을 뜻밖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힐 지명자의 이라크 대사 내정에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는 상원의원들도 같은 이유에서 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의 존 맥케인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과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출신 린지 그레이엄 의원, 그리고 켄자스 주의 샘 브라운백 의원이 지난 12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이들은 성명에서 차기 이라크 대사는 중동 지역에서 일한 경험과 미군의 대 테러 작전에 긴밀히 관여한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힐 차관보는 두 가지 모두 부족하다며 지명을 재고할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상원의원들 뿐 아니라 전임 부시 행정부의 딕 체니 부통령도 힐 차관보의 이라크 대사 내정에 반대하고 나섰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의 지난 15일 `CNN 방송'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시죠.

체니 전 부통령은 힐 차관보는 중동 지역 근무 경험이 없고 아랍어를 할 줄 모른다며, 자신이라면 힐 차관보를 이라크 대사직에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또 힐 차관보는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미군 최고사령관과 함께 미군 증파를 통해 현재의 이라크 내 성공을 이끌어 낸 라이언 크로커 전임 이라크 대사 만큼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외교관 임명 시 언어 구사 능력이나 현지 경험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갖춰야 하는 조건은 아닐텐데요, 다른 이유들이 있는 겁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북 핵 6자회담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북 핵 협상을 주도했던 힐 차관보의 대북 협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다시 체니 전 부통령의 말을 들어보시죠.

자신은 힐 차관보가 북한과 벌인 협상을 지지하지 않았고, 북한이 핵 신고 합의를 지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부시 전 대통령에게 전했으며, 역시 북한은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백악관과 국무부, 그리고 민주당 쪽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힐 차관보의 이라크 대사 임명을 적극 옹호하고 있는데요,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의 지난 13일 정례브리핑 내용 들어보시죠.

깁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힐 차관보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라크의 복잡하고 특별한 정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적격자로 그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16일 힐 차관보의 이라크 대사 지명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는데요, 기자회견 내용 들어보시죠.

클린턴 장관은 먼저 훌륭하고 경험이 풍부한 존 네그로폰테 전 국무부 부장관도 중동 경험이 없고 아랍어를 구사하지 못했지만 이라크 대사로 파견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힐 차관보는 어려운 도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끈기를 갖고 북한 관련 임무를 수행해 성공을 거두었다며, 인권과 핵, 도발적 행위 등 북한의 행동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견해는 힐 차관보가 보여준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힐 지명자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힐 지명자의 인준 여부를 결정할 상원 외교위원회의 존 케리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힐 지명자는 이라크에서 미국을 대표할 적임자라고 확신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대사로 지명함으로써 이라크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케리 위원장은 또 북한의 핵 개발에 좌절한 일부 동료 의원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시험한 데 대해 힐 지명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지만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북한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앞으로 상원에서 힐 지명자의 이라크 대사 인준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상원은 특정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할 경우 관례적으로 표결을 미뤄가며 설득 작업을 펴는데요, 힐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는 3월 넷째 주 정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힐 지명자는 인준청문회에 앞서 맥케인 의원과의 면담을 신청하는 등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들을 만나 적극적인 설득 작업을 펴고 있고, 또 CNN에 따르면 비판성명을 발표한 의원들도 아직 힐 지명자에게 인준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어서, 결과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네, 지금까지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의 이라크 대사 임명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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