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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 오케스트라 평양공연 1주년


지난 해 2월26일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가진 뒤 정확히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공연은 미-북 관계 개선에 대한 숱한 기대감을 갖고 성사됐지만 현재 상황은 미-북 간 민간교류가 기대만큼 활발해지지 못하고, 오히려 핵 문제와 6자 회담의 난항으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이후 성과와 과제 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진행자: 정확히 1년 전, 이 곳 미국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 실황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가슴이 벅차 올랐던 기억이 나는군요. 전세계에 생중계된 당시 공연은 많은 기대를 낳았었죠.

답: 네, 2008년 2월26일, 북한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가 나란히 걸린 무대에서 북한의 국가와 미국의 국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세계 3대 교향악단 중 하나인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은 단순한 음악 공연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텔레비전을 통해 북한 전역에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울려 퍼졌을 때, 여러 언론들은 미국과 북한 사이 켜켜이 쌓인 적대감이 음악의 선율에 녹아 내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동평양극장에서 직접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를 들은 북한 청중들도, 북한과 한국에서 각각 실황중계로 공연을 지켜보던 청중들도, 또 미국에서, 프랑스에서, 전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뉴욕 필하모닉의 역사적인 평양 공연에 눈과 귀를 기울였습니다. 정말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진행자: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을 비롯한 세계 언론들은 당시 공연을 지난 1971년 미국과 중국의 관계 정상화를 가져왔던 이른바 ‘핑퐁 외교’에 비교하며 많은 기대감을 내비쳤었는데요.

답: 네, 미국의 언론들은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은 음악 자체가 평양주재 미국대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격이 될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여러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었습니다.
당시 미국 `CNN 방송’의 보도 내용 들어보시죠.

CNN은 평양 공연은 미국 정부가 핵 개발을 단행했던 북한에 손을 내미는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요지로 다양한 분석 보도를 쏟아냈었습니다.

그밖에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미-북 간 민간교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로린 마젤 뉴욕 필하모닉 지휘자의 말, 들어보시죠.

마젤 지휘자는 이번 공연의 음악외적 가치는 미-북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공연을 전후해 제기됐던 이런 여러 희망적인 전망에 비해 현재의 미-북 관계는 1년 전보다 오히려 퇴보한 것 같기도 한데요.

답: 네,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에 대한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답방 공연이 곧이어 추진될 것으로 잇따라 보도됐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아시아 방문에 앞서 지난 13일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에 대한 답방 문제에 대해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기를 희망하며, 이런 행동은 북한과 함께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의 민간교류는 북한 정부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 당국 간의 갈등은 지난 1년 사이 오히려 악화됐고, 북한이 최근 다시 인공위성 발사 준비를 선언하면서 미-북 관계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의 역사적인 성과가 핵 문제로 고착화된 양국 간 뿌리 깊은 갈등까지 포용하기에는 대립의 역사가 너무 길었습니다. 음악의 선율이 복합적인 정치적 변수를 녹여내기에는 북한과 미국이 가야 할 길이 너무 먼 것입니다.

진행자: 이제 미-북 관계 외에 다른 측면을 좀 살펴볼까요. 당시 공연은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와 핵 문제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북한 내 전반적인 사회상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을 촉발시키지 않았습니까.

답: 네, 미국의 3대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하나인 ABC 방송과 CNN 등은 공연 관련 소식 외에 다양한 북한 관련 특집보도들을 내보냈었는데요. 북한사회의 여러 모습, 그 가운데 특히 식량 문제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돼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기해 특별성명까지 냈을 정도였습니다.
진행자: 세계인들의 눈과 귀가 북한에 쏠려 있을 때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부각하려는 시도였군요.

답: 네, WFP는 당시 공연이 북한으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전환점이라면서 공연 취재를 위해 세계 유수의 언론사 기자 80여 명이 북한을 방문한 데 맞춰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기고문을 통해 지난 1990년대 대기아 사태 등 북한의 식량 문제를 비중 있게 조명했던 것도 바로 지난 해 2월26일이었습니다.

당시 WFP는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촉발돼 대북 식량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 각 국으로부터의 지원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입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1년 간 기대했던 것만큼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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