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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아파치 추장 제로니모 사후 100년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미국 연방하원이 23일, 미국 인디언이죠, 아파치족의 전설적인 추장인 제로니모의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는 결의안을 발표했죠?

(답) 그렇습니다. 연방하원은 이 결의안에서 제로니모 추장의 용맹스러움, 그리고 자신의 땅과 주민과 문화를 지키려 했던 그의 헌신을 높이 기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문) 그런데 이런 와중에 최근 제로니모 추장의 증손자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로니모의 유해를 고향인 뉴 멕시코주로 이장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제로니모 추장의 증손자인 할린 제로니모 씨는 오클라호마주, 포트 실에 있는 한 미군 기지에 묻혀있는 증조 할아버지의 유해를, 혹시 다른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유해들도 찾아내서, 이를 함께 이장해 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문) 이 아파치족의 추장, 제로니모는 의회에서 사후 100년을 기념할 만큼, 미국 역사에서 전설로 남아있는 인물이지 않나요?

(답) 그렇습니다. 이 제로니모는 미국 정부에 끝까지 저항한 인디언 추장으로 유명하죠? 제로니모는 1829년 지금의 미국 뉴 멕시코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이 지역은 멕시코 영토였는데요, 당시 멕시코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디언들을 박해했습니다. 제로니모는 멕시코 군에 의해서 가족을 잃기도 하는데요, 이 멕시코와, 멕시코의 뒤를 이어 자신의 땅을 점령한 미국을 상태로 한 투쟁과정에서 제로니모는 하나의 신화가 됩니다.

(문) 이 제로니모란 이름도 실은 멕시코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라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제로니모의 원래 이름은, 발음이 정확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고야스레이’였다고 하는데요, 이는 아파치 말로 ‘하품하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하는군요.

(문) 제로니모 추장, 아파치족의 추장에 등극해, 부족민들을 이끌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기나긴 투쟁을 벌이게 되죠?

(답) 그렇습니다. 멕시코와 미국을 상대로 한 제로니모의 무장 투쟁은 그가 1858년에 멕시코인들에게 가족을 잃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특히 1876년 미국 정부가 리오 그란데 강 서쪽에 사는 모든 아파치족에게 산 카를로스 보호구역에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들어가 살 것을 명령했는데요, 이때 제로니모 추장은 이를 거부하고 탈출해서, 이후 무려 10년을 넘게 신출귀몰한 게릴라전을 벌여, 미국 정부를 괴롭히게 됩니다.

(문) 이렇게 기나긴 무장투쟁을 벌이는 동안 제로니모는 인디언들에게는 하나의 신화가 됐고, 미국인들에게는 백인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사람이란 인상을 남기게 된거구요.

(답) 그렇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가 이 제로니모를 잡기 위해서 얼마나 전전긍긍했는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는데요, 제로니모가 1886년에 미 기병대에 잡힐 때, 미국 정부가 파견한 군인 수가 무려 5천명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미 육군 병력이 약 2만 명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전체 육군의 약 4분의 1이, 이 제로니모를 잡기 위해서 동원된 거죠. 제로니모가 잡힐 때, 수하에 데리고 있던 인디언 전사들 수가 불과 30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로니모를 잡기 위해서, 미국 정부가 얼마나 노심초사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문) 자, 이렇게 붙잡힌 제로니모 추장, 이후에 1904년, 세인트 루이스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와 1905년 디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취임식에 나타나기도 했지만, 결국 약 100년 전에 오클라호마 주에서 폐렴으로 쓸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런데 김정우 기자, 아까, 이 제로니모 추장의 증손자가 증조 할아버지의 유해를 이장시켜 달라고 소송을 냈다고 했는데, 이 소장에서 조지 부시 전대통령의 가족이 언급돼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잠시 설명을 좀 드릴까요? 미국 코네티컷 주에 있는 명문 대학이죠, 예일 대학교에는 예로부터, ‘두개골과 뼈’란 이름의 학생조직이 있었답니다.

(문) 모임치고는 이름이 아주 특이하네요?

(답) 그렇죠? 이 모임은 일종의 비밀조직이었다고 하는데요, 이 조직에 있던 예일대 학생 세 명이 1차 세계대전 중에, 제로니모 추장의 묘가 있던, 포트 실에서 복무를 했답니다. 그런데 이들이 이때 이곳에 있던 제로니모 추장의 무덤을 파헤쳐서, 그의 유해와 부장품을 훔쳤다고 하는데요, 제로니모 추장의 유해를 훔친 것으로 의심받는 예일대 학생 중 한명이 바로 프레스콧 부시라는 인물입니다.

(문) 부시란 성을 가진 걸 보면, 얼마전 퇴임한 부시 전대통령과 관계가 있겠군요?

(답) 물론입니다. 프레스콧 부시, 바로, 부시 전대통령의 친할아버지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부시 가문의 남자들은 3대째 예일 대학교에 다니고 있죠.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장에 따르면, 이들 세 명의 예일대 학생들은 훔친 유해를 예일 대학교안에 있는 ‘두개골과 뼈’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에 숨겨놓았다고 합니다.

(문) 그런데 이들이 왜 제로니모 추장의 유해를 훔쳤다는 건가요?

(답) 글쎄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할린 제로니모 씨는 이들이 증조 할아버지의 뼈를 숭배하기 위해서, 유해를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제로니모 추장의 유해와 부시 전 대통령 가문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재밌네요? 그런데 할린 제로니모 씨가 증조 할아버지의 유해를 이장해 달라고 요청한 이유는 뭔가요?

(답) 할린 제로니모 씨는 자신의 증조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미국 정부의 포로로 잡혀있다고 밝혔습니다. 제로니모 추장은 만년에 쓰여진 자서전에서, 남은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고, 죽어서는 고향의 산에 묻히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군 기지에 묶여 있는 증조 할아버지의 유해를 유언대로 그의 고향에 안장하면, 제로니모 추장의 영혼이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할린 제로니모 씨는 주장했습니다.

(문) 그런데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한 변호사도 화제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바로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던, 램지 클락 씨입니다. 램지 클락 씨는 유명한 인권운동가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인종 학살로 악명이 높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대통령을 변호하기도 한 인물이죠?

전설적인 아파치족의 추장, 제로니모가 죽은 지 100년이 흘러갔지만, 그의 유해는 아직도 영원한 안식을 취할 곳을 찾지 못했군요. 과연 제로니모 추장의 유해가 이번 소송으로 고향에 안장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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