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정부 1년의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보는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해드립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난 1년 간 남북관계가 악화된 데는 '북한의 책임'이 크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 했는데 북한이 이런저런 트집을 잡고 사건을 일으키는 바람에 관계가 냉각됐다는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자문관을 지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폴 챔벌린 연구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에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했는데 북측이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남북관계가 악화됐다고 말했습니다.
미 의회 산하 연구기구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은 북한 내부의 권력 관계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악화된 것은 북한 군부가 판문점 직통 전화를 끊고 개성공단을 압박한 지난 해 11월이었는데,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군부 등 강경파가 득세한 시점과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남북관계가 나빠진 것은 남한의 대북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북한 내 군부 등 강경파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부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획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년 간 한-미 동맹관계를 강화한 것을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과 관계를 다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4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비롯해 일본과는 6차례, 중국 4차례, 그리고 러시아와는 2 차례 등 주변 4강과 모두 16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외교안보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강경한 자세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관측통인 스티븐 코스텔로 씨는 지난 10년 간 전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남북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코스텔로 씨는 남북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남한이 외교적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것이며, 한-미 관계나 6자회담에서도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원칙을 갖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좋지만 미-북 관계가 바뀌면 한국이 자칫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내부적으로 북한에 대한 각종 정책 대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만일 오바마 행정부가 올 하반기나 내년에 '과감한 대북 행보'에 나설 경우 한국이 자칫 외톨이가 될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말했습니다.
1년 전 서울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 대통령에게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취임사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주민을 돕겠다고 밝혔는데, 그 다짐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라는 것입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감명 깊게 들었다며, 이 대통령이 남은 임기 4년 간 그 약속을 실천에 옮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