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국은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실패하길 바라는 러시 림보 씨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새로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구하기 위해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고, 8천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들어 가는 경기부양안을 승인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을 두고, 최근 한 보수 논객이 행한 발언이 화제죠?

(답) 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그 유명한 라디오 정치평론가 러시 림보입니다. 림보 씨,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독설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아주 도전적이고 직설적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시죠?

(문) 림보 씨, 모기지 대출 회사나 은행, 그리고 자동차 회사나 의료기관 같은 민간 기업을 미국 정부가 국유화하려고 한다며, 자신은 미국 정부가 이런 모든 것을 떠맡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죠?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재밌네요? 자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런 정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영어 4 글자로 정리하면, ‘I HOPE HE FAILS’, 한국 말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실패하길 바란다고, 즉 그가 성공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네요?

(답) 네, 림보 씨, 독설가인 자신의 명성에 걸맞게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죠?

(문) 이제 갓 취임한 대통령을 두고, 실패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걸 보면, 이 림보 씨, 범상치는 않은 사람같은데,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요?

(답) 네, 올해 58살인 러시 림보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러시 림보 쇼’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입니다. 이 ‘러시 림보 쇼’는 매일 미국 동부 시간으로 낮 12시부터 3시까지 방송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진행자께서는, 미국에서 이 ‘러시 림보 쇼’를 듣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 아십니까?

(문) 제가 알고 있기로는, 미국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중에 이 ‘러시 림보 쇼’가 가장 많은 청취자를 확보하고 있다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요. 이 ‘러시 림보 쇼’, 청취자수가 무려 2천만명입니다. 미국의 인구가 3억이 조금 넘는데요, 2천만명이라면, 미국 인구의 약 7%가 이 프로그램을 듣는다는 얘기입니다.

(문) 이 ‘러시 림보 쇼’는 극단적인 주장과 독설로 유명하죠?

(답) 그렇습니다. 그런데요, 이 러시 림보 씨는 정치적 입장으로 분류해 보면, 극우파, 다른 말로는 극단적인 보수주의자에 해당됩니다. 특히 림보 씨, 자신의 극보수주의에 기대어 독설을 퍼붓는 것으로 유명하죠? 가령 이런 식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92년에 일어났던 LA폭동은 거리에서 잡힌 흑인, 로드니 킹 씨를 백인 경찰 네 명이 거의 죽도록 구타하고, 나중에 이런 폭력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들이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발생했었죠? 그런데 이에 대해서 러시 림보는 "로드니 킹은 기껏해야 심하게 맞은 것에 불과하다. 죽지는 않았다... 무고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다시는 숨쉬지 못하는 것에 비교하면, 좀 맞았다고 해서 폭동이 일어난다면 너무 불공평한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나 더 소개해 드릴까요? 오래 전에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멕시코 출신 선수가 우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림보 씨 왈, 아마 미국 이민국 수사관이, 이 멕시코 마라톤 선수를 뒤에서 쫓아 왔기 때문에, 이 선수가 우승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비아냥 거렸습니다.

(문) 이 말은 불법 이민자로 미국에서 사는 멕시코인들을 빗댄 말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림보 씨는 소수민족과 동성애자 그리고 여성해방론자들에게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요, 자본주의와 공화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인물입니다.

(문) 언론이라는 것이 건전한 비판과 균형감각을 생명으로 한다고 가정하면, 이 ‘러시 림보 쇼’를 진정한 언론으로 부를 수 있느냐란 그런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이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시사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요?

(답) 네, 미국 사람들, 중립적인 자세로 사실보도에 그치는 방송뉴스나, 아니면 얘기를 빙빙 돌려서, 핵심을 빼놓는 전문가들이 나오는 주류 방송에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고요, 따라서 사실여부는 뒤로 하고, 남 눈치보지 않고 선정적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는 림보 씨의 방송에 귀가 솔깃해졌을 겁니다.

(문) 그런데 이 ‘러시 림보 쇼’를 듣는 사람들이 주로 백인 남성들이라는 지적도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진행자께서 말씀하시대로, 이 ‘러시 림보 쇼’의 주 청취자는 18살에서 34살 사이의 백인 남성들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계층이 명목상으로는 미국 주류 계층에 속하면서도, 실제로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뒤쳐진 중하류 백인 남성층이라고 합니다.

(문) 그렇다면, 이들이 림보 씨의 방송을 들으며, 사회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도 있겠군요?

(답) 그렇죠? 버바라고도 불리는 이 사람들이, 이 림보 씨의 방송을 듣는 이유는 자신들의 일이 잘 안 풀려서 누구를 욕하고 싶은데, 림보 씨가 욕할 대상들, 예를 들면, 여권운동가, 이민자, 진보주의자들, 그리고 소수민족들을 그 대상으로 골라서 비난해 주기 때문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얼마전에 오바마 대통령, 공화당 수뇌부를 만나, 이들에게 이렇게 얘길했답니다. 공화당 의원들, 러시 림보 쇼, 좀 그만 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이나 자신과 일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라고요. 여하튼 이 ‘러시 림보 쇼’, 이렇게 현직 대통령까지 언급하는 걸 보면 유명하긴 유명한 프로그램인 모양입니다.

이 ‘러시 림보 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끔 이 프로그램에서 황당무계한 주장을 해도,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 지 참, 난감한데요. 달리보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 바로 미국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