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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이나 가스 분쟁,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 부각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분쟁에 따른 여파로 터키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가스 공급 통로로서 터키의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가스 공급원을 다원화 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부터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이= 유럽은 천연가스 수요의 무려 4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80%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 각 국으로 전달됩니다. 따라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속수 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3년 전인 2006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으로 가스 공급이 중단된 사례가 있었고, 최근에 또 다시 그 같은 사태가 되풀이 된 것입니다.

에너지 전문가인 케이트 하딩 씨는 유럽이 에너지 공급원의 다원화와 나선 이유를 이렇게 풀이합니다.

유럽 각 국이 최근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분쟁으로 가스공급이 중단되는 것을 보면서 한 나라에 가스 공급을 의존하는 것에 대해 다시 검토하게 됐으며, 공급원을 다원화 하면 할수록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 유럽 연합이 카스피해 등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직접 전달받을 수 있는 나부코 가스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죠?

이= 그렇습니다. 나부코 가스관 건설이 완료되면 2020년에는 유럽 연합의 가스 수요의 5% 정도를 감당하게 돼 현재 25%에 달하는 러시아 의존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의 가스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나부코 가스관 건설계획은 지난 2006년 유럽 연합이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이란 등 카스피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여가스를 유럽으로 수송하기 위해 터키와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를 거쳐 오스트리아에 이르는 총 연장 3천3백 킬로미터의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합의하면서 본격화된 사업인데요, 내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나부코 가스관 건설 사업에서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네, 터키는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카스피해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유럽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터키입니다. 최근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 이후 터키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중시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터키 관계자들은 나부코 가스관이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터키 에너지 관리 출신인 미타트 멘데 씨는 2030년 유럽의 천연가스 소비가 지금보다 적어도 70% 증가할 것이라면서,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와 잠재력을 감안할 때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터키가 바로 그 같은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해 정치적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구요?

이= 그렇습니다. 터키는 가스관 건설과 유럽연합 가입을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협상은 2005년 시작됐지만 키프러스에 대한 그리스의 우려 때문에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브뤼셀을 방문한 터키의 에셉 타입 에르도간 총리는 그 같은 교착상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부코 가스관 건설에 대한 지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협상이 재개되지 않으면 가스관 건설 사업에 대한 참여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즉각 터키 총리의 발언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에 놀란 터키 총리는 터키가 가스관 완공을 방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여전히 우려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유럽은 나부코 가스관 이외에도 다른 대체 에너지 통로도 추진하고 있죠?

이= 네, 독일과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주도로 진행중인 도느스트림 가스관 건설계획이 있습니다. 1백 2억 달러가 소요되는 이 사업이 완공되면 러시아 가스가 발트해 해저를 통과해 독일, 영국, 네덜란드에 공급됩니다. 여전히 러시아 가스에 의존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중간 경유지가 없기 때문에 분쟁의 여지가 적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연합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를 대안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특히 나이지리아를 겨냥한 '트랜스 사하라 가스관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유럽에서는 가스관을 구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선박 등을 이용해 수송되는 액화천연가스 터미널 건설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핵 에너지 사용 문제가 다시 검토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분쟁에 따른 여파로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소식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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