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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채권 구입 예년 같지 않을 듯


그동안 막대한 규모의 미국 채권을 사들였던 중국이 올해 들어서는 규모를 점차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중국의 경제 사정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중국이 그동안 사들인 미국 채권, 얼마나 됩니까?

기자: 지난 해 10월 기준으로 6천5억 달러가 넘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중국은 경제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의 무려 7분의 1을 해외 채권을 사들이는데 썼는데요, 그 대부분이 미국 채권이었습니다. 이렇게 무서운 기세로 미국 채권을 사들인 결과, 중국은 지난 해 9월 일본을 제치고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됐습니다.

MC: 그런 중국이 이제는 미국 채권에 전보다 관심을 덜 보이고 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중국의 경제 사정이 크게 악화돼서 미국 채권을 사들일 여력도 많이 줄었습니다. 미국 채권을 산다는 건 돈을 미국에 빌려준다는 뜻인데요, 이제는 중국 정부가 국내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돈을 국내에 풀고 있습니다.

MC: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중국 정부가 국내에 돈을 풀고 있는 겁니까?

기자: 중국 정부는 6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이미 발표했구요, 국내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국내은행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의 5분의 1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했고, 중앙은행은

이 돈으로 해외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 규정을 완화해서 국내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더 늘려줬습니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해외 채권을 사들일 여력은 더 줄어들게 된 겁니다.

MC: 그렇더라도 해외에서 자금이 계속 들어와주기만 한다면 사정이 나을 텐데, 상황이 그렇지 못한가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외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 해 여름 이후 외국인들의 직접투자가 3분의 1이상 줄었는데요, 외국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대응해서 현금 확보에 나서는 바람에, 중국에 새로 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외국인들이 중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가고 있습니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도 크게 줄었습니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경제가 안 좋아졌기 때문인데요, 이런 사정 때문에 중국 정부가 미국 채권을 사들일 여력은 더욱 줄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해 상반기 동안 매달 5백억 달러를 국제금융시장에 쏟아 부었는데요, 올해는 그 수준까지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MC: 상황이 그렇다면 중국의 외환보유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겠군요.

기자: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 달러 가까이 돼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이 줄면서 지난 해 가을부터 외환보유고의 증가 속도가 뚝 떨어졌습니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인데요,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피치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올해 1천8백억 달러 가까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엄청난 규모이기는 하지만, 지난 해 4천1백억 달러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MC: 중국이 미국 채권을 사들일 여력이 줄게 되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그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게 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의 예산 적자가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빚을 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건데요, 그동안 주로 중국이 미국 재무부 채권을 사줘서 가능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체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만약 중국이 미국 채권 매입을 크게 줄인다면, 미국 정부로서는 그만큼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그 여파가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습니다.

MC: 전문가들은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중국이 미국 채권을 전보다 덜 사들일 수는 있어도 미국경제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경제를 살려야 중국경제도 회복될 수 있는 만큼, 중국이 미국 채권 매입을 갑자기 중단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또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서 중국 정부가 미국 채권 매입에 관한 한 상당히 신중하게 처신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MC: 지금까지 중국의 미국 채권 매입에 관한 소식이었습니다. 김연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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