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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대북 중유 지원 둘러싸고 6인6색


북 핵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대한 중유 지원 문제를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 검증을 거부한 만큼 중유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중유 지원을 계속한다는 방침입니다. 6개국이 왜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는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주 베이징에서 열렸던 6자회담이 북한의 검증의정서 채택 거부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직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대북 중유 제공을 잠정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우드 부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을 제외한 회담 참가국들 사이에 대북 중유 제공이 중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드 부대변인의 말과 다릅니다. 현재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나라는 일본 뿐입니다. 북한과 '납치 문제'가 걸려있는 일본은 처음부터 대북 중유 지원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중유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국 외교부의 류젠차오 대변인은 16일 "6자회담 의장성명에는 영변 핵 시설 불능화와 중유 1백만t 상당의 경제, 에너지 제공을 병렬적으로 이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 분명히 제시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중국은 대북 중유 제공은 불능화의 대가이며, 핵 검증과는 연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러시아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러시아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은 지난 13일 "러시아는 북한의 핵 검증체제가 마련될 때까지 중유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중유 지원 중단에 대해 유보적입니다.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8일 "핵 검증 의정서와 대북 경제, 에너지 지원이 포괄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회담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막을 내리자 한국 외교통상부는 중유 지원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소재 몬트레이연구소의 신성택 박사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핵 검증과 중유 제공을 연계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6자회담이 지난 해 채택한 10.3합의는 핵 시설 불능화와 중유 지원을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에 검증의정서가 채택되지 않았다고 중유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북한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이 중유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10.3합의는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검증하도록 돼 있다며,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미국도 중유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13일 베이징을 떠나면서 만일 중유 제공이 중단될 경우 "무력화 (불능화)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상의 발언은 영변 핵 시설의 불능화 속도를 늦추거나 원상복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 속도를 늦추거나 원상복구에 나설 경우 그 문제는 미국의 차기 오바마 행정부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임기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핵 문제에 손 쓸 시간이 사실상 없다는 것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합의를 거듭 위반하고 끝내 핵 폐기를 거부할 경우 미국의 차기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강경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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