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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 이산가족들, ‘생사 확인이 최우선 목표’


미국 동부의 한인 이산가족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찾기 위한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미국 내 이산가족들이 점차 고령화 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 무엇보다 먼저 생사 확인에 최우선 목표를 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최대 이산가족 모임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미주방문단은 지난 10일 뉴욕의 유엔본부를 방문해 유엔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어 14일에는 워싱턴에서 미 정계와 비정부기구 관계자들을 만나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이 과정에 함께 참여했던 뉴욕과 워싱턴의 한인 이산가족들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뉴욕 지회와 워싱턴 지회를 만들고, 앞으로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뉴욕 지회장을 맡은 김창묵 뉴욕 이북5도민연합회 회장은 17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산가족들이 대부분 70살이 넘은 고령인 만큼 무엇보다 생사 확인에 최우선 목표를 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북에 있는 이산가족들 생사 확인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상봉까지는 못 가더라도 일단은 어떻게 하더라도 생사 확인까지는 가야 하지 않겠느냐…"

김 지회장은 뉴욕에는 약 4만 명 정도의 이산가족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는 않았지만, 60년 가까운 세월을 고통 속에 살아 온 이산가족들의 목소리를 성실히 대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 지회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소재한 뉴욕에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김 지회장은 지난 14일 유엔본부 시위 당시 우연히 북한대표부 관계자를 만나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지회장을 맡은 손경준 워싱턴 이북도민연합회 회장은 그 동안 워싱턴 지역에서 이산가족 등록 운동을 벌였지만 실적이 저조했다며, 신분 노출로 북한의 가족들이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경제적 부담 등이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손 지회장은 생사 확인 문제와 관련, 이 문제를 너무 강조하면 북한 측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며 송금 문제를 예로 들었습니다. 가령, 생사 확인이 돼야 송금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 보다, 송금을 위해 생사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확인이 돼야 돈을 보내겠다는 게 아니고, 돈을 보내야 되겠다 내가, 형제가 살아 있기 때문에 보내야 하는데 어딘지 몰라서 못 보낸다 이거야 생사 확인해 달라.."

미국에는 약 10만 명 정도의 이산가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로 브로커 등을 통한 비공식적인 상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경우 항공료와 체제비 등으로 미화 3천 달러에서 5천 달러가 소요되며, 북한의 가족들에게 줄 현금과 선물 비용 등을 추가하면 실제로는 5천 달러가 넘게 들어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고령으로 인한 건강 문제 때문에 북한의 가족을 만나기 힘든 이산가족들이 늘고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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