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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오바마 정권 출범에 내심 기대’


북한은 지난 4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당선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 검증과 관련해 미국 측과 견해차를 보여 온 시료 채취를 공식 거부했지만, 오바마 당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당국이 내년 1월 출범할 오바마 행정부를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북한은 지난 일주일 간 미국의 바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대해 대체로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대통령 선거 이틀 뒤인 지난 7일 '흑인인 오바마가 당선됐다'고 간략하게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뉴욕을 방문한 북한 외무성의 리근 미국국장은 북한은 미국이 어떤 정책을 취하더라도 그에 대한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미-북 관계는 미국이 하기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 전문가인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폴 챔벌린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내심 오바마 정권 출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 이전의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8년 전인 2000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상회담은 성사 일보 직전에 미국 내 사정으로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8년 만에 다시 민주당인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는데다 오바마 당선자가 일찌감치 김정일 위원장과 만날 용의를 표명한 바 있어 평양 당국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챔벌린 연구원은 북한과의 대화를 꺼렸던 부시 대통령과는 달리 오바마 당선자는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적극적이어서 북측이 호감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진영에 북한을 잘 아는 사람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도 북한 당국으로서는 호감을 느끼는 대목일 것이라고 서울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오바마 진영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프랭크 자누지 팀장은 이미 평양을 몇 차례 방문해 북측과 안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현안인 핵 문제와 관련해 뉴욕의 민간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는 북한은 기존의 미-북 핵 협상 틀을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핵 협상은 '행동 대 행동'이라는 북측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북한이 당분간 이 틀을 계속 가동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리언 시걸 박사는 북한이 당분간 6자회담과 양자접촉을 병행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동향을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서부 워싱턴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하용출 교수도 북한과 미국의 오바마 정권이 앞으로 몇 달 간은 서로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탐색전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수뇌부가 미국의 오마바 정권을 '믿을 만 하다'고 판단할 경우 핵과 평화협정 등을 한꺼번에 맞바꾸는 일괄타결을 시도할 공산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정창현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오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정했습니다. 경제난을 4년 안에 풀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과의 정치, 경제적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내년 1월 출범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진의를 떠본 다음에 핵무기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맞바꾸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창현 박사는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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