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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의 대북전단 어떻게 보내나


북한 군부는 어제(2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한국 민간단체들의 전단 보내기 운동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여러 민간단체들이 풍선을 이용해 북한에 전단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전단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북한 땅에 보내지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북한 측이 어제 항의한 내용부터 다시 한번 살펴보죠?

답: 박림수 대좌를 단장으로 한 북한 측 대표단은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전단 살포 행위는 남북 간 합의 위반이라며 사과와 함께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습니다. 북측 대표단은 그러면서, 전단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문: 북한 당국이 남한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 중지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요?

답: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적어도 열 차례 이상 남북 장성급 회담과 전화통지문을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시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에도 박림수 대좌 명의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중단을 요구했었는데요, `한국 정부가 군부와 반공단체들을 동원해 북한의 체제와 제도를 악랄하게 비방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문: 북한 당국이 왜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건가요?

답: 북한 정부의 체제 유지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의 선군정치가 북한주민들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북한의 군부를 상당히 자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전단을 '적지물'로 규정해 각 기업소 마다 수거함을 만들어 놓고 보는 즉시 적지물함에 넣을 것을 지시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문: 한국의 어느 단체가 이런 전단을 만들어 북한에 보내는 건가요?

답: 대부분 탈북자 단체들입니다. 가장 먼저 이 운동을 시작한 기독북한인연합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주도하고 있구요. 최근에는 한국 내 28개 탈북자 단체 연대인 탈북인단체총연합이 탈북자들의 수기 등을 담은 '자유북한신문'을 제작해 북한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문: 전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답: 북한주민들의 삶이 어려운 이유, 또 사실과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면담한 박상학 자유북한 운동연합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 북한의 선군 독재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북조선이 망한 이유, 6.25 전쟁의 진실, 김정일은 과연 어떤 인간인가? 또 대한민국과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단체마다 보내는 내용들이 조금씩 다른데요. 이 전단 운동을 처음 시작한 기독북한인연합의 이민복 대표는 북한주민들의 의식에 초점을 맞춰 내용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북한의 정치적 기조가 두 가지 아니에요? 하나는 수령숭배 즉 충성심이거든요. 그래서 수령을 타격하는 거구요. 또 하나는 증오의 철학인 혁명주의거든요. 이 것의 근간이 6.25 전쟁이예요. 미국 놈이 침략해서 많이 죽게 됐다고."

문: 얼마나 많은 전단들이 북한에 뿌려지고 있나요?

답: 단체마다 차이가 있는데요. 기독북한인연합은 올해만 적어도 1천만 장 이상을 북한에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문: 상당하군요.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많은 전단을 보내는 겁니까?

답: 수소를 불어 넣은 대형 풍선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이민복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대형 하나가 12 미터 짜리인데 삐라 7.5 킬로그램 정도 들어 올려요. 가스 값, 삐라 값, 노력 값 다 합쳐서 한 풍선 당12만원 들어가요. 육지에서요."

이 대표는 대형 풍선 하나에 6만 장의 전단을 실어 보내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한번에 평균 풍선 10여 개를 날려 보내니까 하루에 60만장의 전단이 북한에 떨어지는 셈입니다.

문: 종이 무게가 상당할 텐데 6만 장이나 보낼 수 있나요?

답: 전단을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 비닐로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전단을 받아 왔는데요. 보시죠. 전단이 이렇게 A4 용지 크기인데 비닐봉지처럼 돼 있어서 매우 가볍고 궂은 날씨에도 전혀 손상이 되지 않도록 제작됐습니다. 탈북자 민간 단체들은 이 전단을 주로 휴전선 부근이나 배를 타고 서해상으로 나가 보내고 있습니다.

문: 앞서 북한 당국은 전단 살포가 남북한 당국의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한국 정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남북한은 지난 2004년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대북방송과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 활동을 중단했는데요. 한국 정부는 이를 성실히 준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민간단체가 자신들의 자금으로 벌이는 전단 보내기 운동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국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 전단이 북한 사회에 얼마나 파급효과를 미치는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북한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최근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있었는데요. 북한 공군 대위 출신 박명호 씨는 과거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외부 방송 청취와 함께 전단을 자주 받아본 뒤 체제에 환멸을 느껴 가족을 데리고 탈출하게 됐다고 말했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탈북자 지 모 씨는 북한에서 처음 봤을 때 거부감을 느꼈지만 차츰 호감을 느끼고 됐다고 말했는데요. 탈북자 단체들은 북한 당국이 여러 번에 걸쳐 남측에 강력히 항의하는 것은 전단의 파급효과가 그 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무작정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통 인식에 맞춰 내용을 제작하는 만큼 생각이 있는 북한주민들은 자신들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북한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남한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보내기 운동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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