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국 전문가들 "힐 차관보 방북은 절박함 드러낸 것"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이번 방북에 대해 `위기에 직면한 북 핵 협상을 되살리려는 미국의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힐 차관보의 방북으로 핵 검증과 관련한 타협안이 마련될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일로 예정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북한 방문은 위기에 봉착한 6자회담을 구하려는 미국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아시아 담당 국장은 힐 차관보의 방북 배경과 관련, 미국은 북한이 핵 개발과 관련해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기 전에 일종의 합의를 얻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몇 주 앞둔 시점에 만일 북한이 핵 시설을 재가동한다면 이는 부시 행정부에 매우 `당혹스런' (embarrassing) 일이 될 것이란 지적입니다.

워싱턴의 보수 성향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동북아시아 선임 연구원도 이같은 의견에 동의하면서,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지 완화된 입장을 취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에 국제적 기준에 맞는 핵 검증체계를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1718호를 발동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아울러 미국은 핵 협상 교착상태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이미 제시한 검증의정서 중 일부 문구나 조항을 삭제하는 유연성을 보일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앞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신문은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검증의정서는 핵 계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지점과 시설, 물질에 대한 전면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기엔 군사시설도 포함돼 있어 `지나치게 엄격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국장은 힐 차관보가 미국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타협안의 일환으로 검증체계에 일종의 '모호성(ambiguity)'을 더하는 방식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기존의 핵 검증체계에 면책 또는 예외조항을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양측의 견해차가 큰 민감한 사항의 경우 앞으로 6자회담이나 미-북 간 양자회담, 또는 기술 전문가 회담을 통해 결정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페퍼 국장은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국제적 기준에 따른 검증체계에 동의만 하면 되고, 실제 검증이 이행될 때 특정 검증대상 시설과 시간, 그리고 불시사찰(surprise visit)에 대한 유연성 등을 협상을 통해 재조정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조지타운대학의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교수도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성과를 가져오기를 바란다며,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6자회담은 부시 행정부가 진전을 이룬 얼마 안되는 협상 가운데 하나라면서, 회담을 중단하고 북한이 핵 시설을 재가동하도록 하는 것은 부시 행정부 외교정책의 커다란 후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현재 미국은 북한에 대한 큰 양보가 어려운 정치 상황이라며, 힐 차관보의 이번 방문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는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충분한 핵 검증체계 수립의 중요성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관료들도 주장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특히 대선 후보인 오바마 의원과 맥케인 의원은 북한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검증체계를 수용하지 않는 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만일 힐 차관보의 방북으로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이는 미국의 양보로 인한 것이 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부시 행정부는 정치권으로부터 과거 싱가포르 합의 때보다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유미정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