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 중도 사퇴 (E)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임기를 반 년 정도 남겨두고 갑자기 사임했습니다. 집권여당 안에서 세력싸움에 밀린 뒤, 정적에 대한 검찰의 기소 과정에 입김을 넣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당이 사임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타보 음베키 대통령, 어떤 인물인지 먼저 알아볼까요?

기자: 올해 66살의 음베키 대통령은 넬슨 만델라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두 번째로 흑인 정권을 이끌어 온 인물입니다. 백인이 지배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1994년까지 철저한 인종차별 정책을 폈었는데요, 음베키 대통령은 10대 소년시절이었던 '50년대부터 인종차별 정책에 저항하는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음베키 대통령은 흑인들의 저항단체였고 현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집권 여당이 된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일원으로 평생을 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가 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으로는 최초로 대통령이 된 뒤에, 99년에 두 번째 흑인 대통령이 됐습니다. 음베키 대통령은 지난 2004년에 대통령에 다시 선출됐는데, 내년 4월에 두 번째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습니다.

MC: 그런데 음베키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구요.

기자: 네, 음베키 대통령이 지난 21일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국회의장에게 이미 제출했고, 대통령직에서 실제로 언제 물러날지는 국회가 정하는 대로 하겠다는 얘깁니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집권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는 오는 25일부터 음베키 대통령의 사임이 공식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MC: 움베키 대통령이 이렇게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사임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직접적으로는 집권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가 하루 전날 음베키 대통령에게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는데요, 헌법을 위반하거나 중대한 부정을 저지를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아프리카민족회의'가 차지하고 있는 의석이 2백79석으로 전체 4백 석의 3분의 2가 넘기 때문에, 음베키 대통령이 '아프리카민족회의'의 사임 요구를 거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MC: '아프리카민족회의'가 음베키 대통령에게 사임을 요구한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음베키 대통령이 당내 세력싸움에서 밀린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지난 해 12월 전당대회에서 치러진 총재 경선에서 음베키 대통령은 경쟁 상대인 제이콥 주마에게 패했습니다. 총재 자리를 넘겨준 뒤부터 음베키 대통령의 당내 입지가 급격히 약해진 것은 물론입니다. 주마 총재는 무기거래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오히려 이 사건 때문에 음베키 대통령을 권좌에서 쫓아낼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12일 고등법원에서 주마 총재 사건에 대해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며 기소중지 판결을 내렸습니다. 게다가 주마 총재의 기소 과정에 음베키 대통령의 정치적 개입이 있었음을 재판부가 시사하자, 주마 총재를 지지하는 세력이 지난 19일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집행위원회를 소집했고, 하루만에 음베키 대통령에 대한 사임 요구가 결정된 겁니다.


MC: 새 대통령으로는 누가 유력합니까?

기자: 주마 총재가 가장 유력합니다. 일단 내년 4월까지 대통령 권한 대행이 과도정부를 끌고 간 뒤에,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게 되는데요, 현 세력판도 상 주마 총재가 차기 대통령으로 임명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주마 총재 역시 음베키 대통령처럼 10대 소년시절부터 '아프리카민족회의'의 일원으로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을 해왔습니다. 아프리카민족회의의 사무차장과 부총재를 지냈고, 99년에는 음베키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MC: 주마 총재가 대통령이 된다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기자: 경제적인 파장이 꽤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음베키 대통령은 친기업 정책을 내세워서 투자유치와 자유무역을 추진해왔는데요, 빈부격차를 키우고 엄청난 실업률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민족회의 안에서 좌파세력들의 반발이 거센데요, 이들과 뜻을 같이해 온 주마 총재가 대통령이 된다면 경제개혁을 앞세워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MC: 지금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사임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