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러시아와 서방 간, 그루지아 사태로 신경전 계속


러시아와 그루지아가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그루지아 사태는 일단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그루지아 사태를 둘러싼 서방세계와 러시아 간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 그루지아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가 서방국들을 자극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지요?

이=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서방의 요구를 무시하고 그루지아 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공식 승인해 양측 간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냉전의 부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그루지아 사태는 미 백악관의 음모라고 주장하면서, 무역이나 핵 비확산 같은 문제들에 대한 서방과의 협력을 그루지아 사태와 연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 이에 대해 서방 측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이= 서방 세계는 그루지아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서방 세계는 냉전 당시 구 소련이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했을 때처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에 경고했습니다. 영국의 데이비드 밀리반드 외무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 대통령은 신냉전 시대가 시작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요 7개국 G-7 외무장관들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승인한 러시아를 비난하는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서방 세계는 말로는 러시아에 대해 강경하게 대하고 있어도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구요?

이= 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러시아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취소하는 것 외에는 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방 국가들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영국 등은 러시아에 대한 제제 등 강력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은 신중한 접근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공식 인정한 것도 바로 그같은 점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금 서방 세계는 러시아를 주요8개국 G-8 같은 기구에서 추방하는 등의 보복 조치를 취할지, 아니면 러시아에 대한 유화전략을 추구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 서방 세계가 러시아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 무엇보다도 에너지 문제가 꼽히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3분의 1과 천연가스의 5분의2가 유럽연합에 공급되고 있는데요, 러시아는 언제든지 에너지 공급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 천연가스의 최대 고객인 독일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에 압력을 가하는데 러시아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망설이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관측통들은 만일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러시아도 보복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냉전 시대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지요?

이= 네, 구 소련의 외무장관을 지낸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전 그루지아 대통령은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냉전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냉전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서방과 러시아 간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냉전이든 아니든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야심이 그루지야를 넘어 다른 곳으로 확산된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동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과 러시아 간 협력 협정에 관한 협상 중단,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 봉쇄 같은 강경한 행동을 요구하는 미국과 영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유럽연합이 오늘 (1일) 개최하는 그루지야 사태 관련 긴급정상회의는 서방 세계의 단합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중요한 기회로 평가되는데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이= 유럽연합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처음으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의 목적이 그루지야 사태를 용인할 수 없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유럽은 중대한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말만 앞세울 뿐 행동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도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것 이외에 다른 제재에 합의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MC: 지금까지 그루지아 사태를 둘러싸고 계속되고 있는 서방 세계와 러시아 간의 갈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