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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한국 정부 대북정책 '전략' 부족"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25일로 정확히 6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경색 국면이 계속되던 남북 관계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더욱 악화됐습니다. 지난 반 년 간의 남북관계 경과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시각을 서지현 기자와 알아봅니다.

진행자: 시간이 빠르네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지난 6개월 남북관계가 이전보다 많이 경색됐는데요. 사건도 많았구요. 우선 정리를 해주시죠.

답: 네, 이명박 정부는 '비핵, 개방 3천 구상'과 '상생, 공영의 남북관계'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북한 측의 강한 반발로 남북 대화는 단절됐습니다. 출범 직후 한 달 여만에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사무소 상주 한국 정부 요원들을 전원 철수시켰고, 서해상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습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지난 달 11일 금강산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이 북한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더욱 악화됐습니다. 지난 2000년 이후 대규모 국제 스포츠대회 때는 예외없이 성사된 남북한 선수 공동 입장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8년만에 무산됐을 정도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옥수수 5만t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잇따라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등 유화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불필요한 인원을 추방하겠다고 위협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희 국방장관 등은 최근 다시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어느 정도의 남북관계 경색을 예고하지 않았습니까. 이같은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답: 두 가지로 엇갈립니다. 지난 6개월 간 경색된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방향과 구체적인 전략 부재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북한 당국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보수 성향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A, 그 이행에 대해서는 B 학점을 매겼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지만, 6개월 전 자신이 예상했던 것 만큼은 실제 이행이 잘 되지 않았다며, 북한이 한국으로부터의 지원을 원하면 그에 상응해 어떤 성과를 이뤄야 하는지에 대해 보다 분명히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대북 정책 청사진에 따른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명확히 가다듬어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따라 한국이 계속해서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소인 외교정책분석연구소의 제임스 쇼프 연구원 역시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에는 폭넓은 전략적 계획과 명확한 집중력이 부족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노무현, 김대중 전임 정부는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관계보다 남북관계를 중요시하고 통일에 중점을 둔 외교정책을 펴나가는 등 확고한 지향점을 갖고 움직인 반면, 이명박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든 목표가 모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명박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했었는데요.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답: 문제만 제기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전략이 없다는 비판은 이명박 정부의 북한 인권정책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외교적으로 세련되거나 전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이명박 정부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의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언제, 어떻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외교적으로 제기할지,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미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실질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전략 부재에 대한 지적이 나왔는데요. 한국 정부는 지난 14 북한의 비핵화 단계에 따른 이행 계획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답: 한국 정부가 밝힌 이행 계획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3단계에 따라 남북 경협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교육과 생활 향상을 우선시 하는 대북 개발 사업, 그리고 4백억 달러 규모의 국제협력자금 조성 등 세 가지입니다. 문제는 실효성일텐데요. 이 이행 계획이 현재 평행선을 달리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을 꾀하는 정책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이같은 한국 정부의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북한은 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해선 결코 남북 경제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기본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6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양측 모두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의회조사국의 닉쉬 박사는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자신의 대북정책을 너무 가깝게 연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영변 핵 시설 불능화보다 더 나아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앞으로 3~5년 내에 달성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반대로 지난 6개월 간의 남북관계 경색 국면의 책임이 북한 정권에 있다는 의견도 나왔죠?

답: 네.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박사는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많은 악재가 발생했던 것은 맞지만 이는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가 그만큼 개선됐기 때문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낸토 박사는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재개하면서 북한은 이전보다 한국에 의지하거나 한국과의 관계를 긴급히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적대적인 관계가 보다 심화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지난 6개월 간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이전 김대중 정부 때부터 10년 간 한국으로부터 조건 없는 지원을 받아온 북한이 이제 국제사회의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거부함으로서 빚어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가 현재의 대북정책 방향을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며, 북한이 이같은 이명박 정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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