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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0.4 공동선언 국제사회 지지 거듭 호소


북한이 최근 10.4 남북한 공동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거듭 호소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ARF 와 비동맹운동 NAM 회의에서 잇따라 '10.4 공동선언에 대한 지지'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키기 위해 총력 외교전을 펼쳐 한국 정부와 대립하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과 이유 등을 알아봅니다.

진행자: 서지현 기자. (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정권 출범 후 10.4 공동선언을 둘러싼 남북한 간 논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는데요. 최근 들어 10.4 공동선언과 관련한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남북한 간 갈등이 더욱 불거진 것 같습니다.

답: 네, 북한은 지난 달 아세안 안보포럼, ARF 에서부터 10.4 공동선언의 이행을 국제사회에 거듭 강조해왔고, 반면 한국 정부는 북한의 강력한 주장으로ARF 의장성명에 당초 포함됐던 10.4 선언 지지 문구를 삭제하기 위해 총력 외교전을 펼쳤습니다. 결과적으로는 ARF 의장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주장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북한 측이 주장한 10.4 선언 지지 문구가 모두 삭제됐죠.

이어 이란 테헤란에서 지난 달 말 열린 제15차 비동맹운동, NAM (Non-Aligned Movement) 장관급 회의에서도 북한은 '10.4 공동선언에 대한 지지'라는 문구만 넣으려 했고, 한국 정부는 역시 이를 저지했구요. 최종 성명에는10.4 공동선언 뿐만 아니라 다른 남북한 간 공동선언과 합의를 포함시키려 한 한국 정부의 바람이 반영됐습니다.

진행자: 10.4 공동선언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 왜 이렇게 거듭되는 것입니까. 북한이 최근 부쩍 10.4 공동선언에 집착하는 이유도 궁금한데요.

답: 북한은 지속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여러 차례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거친 언어로 반발해왔습니다.

10.4 남북 정상선언은 지난 해 10월4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말하는데요. 상호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라는 맥락에서 한국과 북한이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구요, 우리 민족끼리 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내용도 있습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때의 6.15 공동선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외교정책분석연구소, IFRA 의 제임스 쇼프 동북아 담당 연구원은 북한이 10.4 선언을 최근 국제 회담에서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여러 가지 압력을 피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북한이 ARF 에 이어 자신들이 정회원으로 가입한 비동맹운동, NAM 장관급 회의에서도 이를 강조한 것은, NAM은 '자신들의 마당'이기 때문에 이를 국제사회에 보다 더 폭넓게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일단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군요.

답: 네. 북한이 10.4 공동선언을 강조하는 이유는 조선중앙통신 등의 공식 발표 내용 등을 보면 더욱 분명해 집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민주조선'에 실린 '10.4 선언을 반대하는 역적행위'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하며, 10.4 선언의 이행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통신은 10.4 선언은 6.15 공동선언의 실천강령으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이룩해나가는 길을 밝힌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강조했습니다. 통신은 그런데 ARF 회의가 끝난 뒤 10.4 선언을 지지한다는 의장 성명 내용이 이명박 정권 측의 요청에 따라 삭제됐다며, 이명박 정권은10.4 선언을 부정하고 반대하면서 북남 대결을 추구하는 반역적 정체를 국제무대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며 거칠게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한국 이명박 정권은 10.4 공동선언의 이행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북한은 해석하고 있는 것이군요.

답: 네. 한국에서도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 남북정책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달 11일 제18대 국회 개원식 시정연설에서 7.4, 6.15, 10.4 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북한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랬다가 또 국제무대에는 10.4 공동선언 지지 내용을 삭제하는 데 주력하는 등 일관성 없는 남북정책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이철기 교수는 한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10.4 공동선언을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며칠 있다가 10.4 선언을 빼는 외교를 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며, 이전 정부의 남북관계 합의와 업적을 부인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이철기 동국대 교수(CBS 방송):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상당히 발전을 했고, 또 한반도 정세가 많은 변화를 했는데 이런 것들을 전혀 무시하고 다시 70-80년대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남북관계가 남북 간 대결로, 또 외교 측면에서도 지나치게 한-미 동맹으로..."

진행자: 남북 정상 간 합의된 사항을 국제 외교무대에서 스스로 삭제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군요. 하지만 최근 비동맹회의에서는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지 않습니까.

답: 네, 물론 한국 정부가 10.4 공동선언 뿐만이 아니라 남북한 간 다른 선언과 합의문 모두를 비동맹회의 공동선언문에 포함시킨 것은 매우 의미있는 성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외교정책분석연구소의 제임스 쇼프 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NAM 회의에서 현명하게 대처했다며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특정해 굳이 꺼내지 않으면서도 이전에 남북한 간 맺은 모든 조약을 언급함으로써 기본적으로 북한이 여러가지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나타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해 합의된10.4 공동선언에 대한 한국과 북한 간의 시각차가 계속되는 한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남북한 간 대결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10.4 공동선언을 둘러싼 한국과 북한 간의 최근 잇딴 외교전의 원인과 전망 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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