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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아들 체포, 리비아-스위스 간 외교분쟁 비화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의 아들이 폭력 혐의로 스위스에서 체포된 사건이 리비아와 스위스 간 외교분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리비아는 즉각 외교와 경제 보복 조치에 들어갔고, 스위스 정부는 국민들이 리비아 방문을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MC: 우선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아들이 체포된 경위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올해 32살의 한니발 카다피는 카다피 국가원수의 넷째 아들인데요, 지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폭력 혐의로 체포됐다가 이틀 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습니다. 체포 당시 한니발 카다피는 임신 9개월인 부인과 제네바의 한 고급호텔에 투숙하고 있었는데요, 튀니지인과 모로코인 가정부 2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카다피 부부는 50만 스위스 프랑, 미화로 약 48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혐의는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행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2 명은 카다피 부부를 고소한 뒤, 판사에게 몸에 난 상처를 직접 보여주고 병원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 카다피의 경호원 2 명은 스위스 경찰이 카다피 부부를 체포하려는 것을 방해한 혐의로 현재 구금된 상태입니다.

MC: 한니발 카다피는 전에도 프랑스에서 물의를 빚은 적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까. 지난 2004년 당시 덴마크의 한 경영대학을 다니던 카다피는 프랑스 파리 시내 중심가에서 술을 마시고 신호를 무시한 채 과속으로 운전하다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경호원이 단속 경찰을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해 큰 물의를 빚었습니다. 다음 해인 2005년에도 파리 시내의 고급호텔에서 애인을 폭행해 프랑스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는데요, 이 폭행 사건에서는 권총까지 꺼내들었다가 호텔 보안요원들에게 제지를 받았습니다. 카다피는 두 사건 모두에서 외교 면책특권이 있다는 거짓 주장을 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카다피가 리비아를 대표하는 공식 방문객이 아니라 면책특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리비아 측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MC: 한 나라 지도자의 아들이 처신을 잘못해서 외교적으로 문제가 생긴 셈인데. 이번에 스위스에서 일어난 사건은 어떤 파장을 낳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스위스 외무부는 리비아와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카다피 체포 사건을 해명할 대표단을 리비아에 급파했습니다. 하지만 리비아 측의 반발이 거셉니다. 리비아 정부는 즉각 보복 조치에 들어갔는데요, 스위스주재 외교관 일부를 귀국시키고, 스위스인들에 대한 입국사증 발급도 중단했습니다. 또 리비아와 스위스를 오가는 항공 편도 기술적인 이유를 들어 이번 주부터 운항횟수를 줄였습니다. 스위스 제품을 실은 선박들에 대해서도 리비아 항구 어디서건 하역을 못하도록 금지했습니다. 스위스 정부에 따르면, 리비아 당국은 리비아에 진출해 있는 스위스의 다국적 식품회사 네슬레와 중공업 회사 ABB에 폐쇄명령을 내리는 한편, 이들 회사 직원을 한 명씩 이민법 위반 협의로 체포했습니다. 네슬레 직원은 풀려났지만, ABB 직원은 열악한 환경의 구치소에 계속 수감돼 있어서 스위스 측이 매우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MC: 리비아 측이 스위스에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는 보도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리비아의 국영 상선회사 사장의 발표에 따르면, 리비아는 지난 23일부터 스위스에 대한 원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리비아 당국의 공식 확인은 아직 없습니다. 스위스는 하루 6만 배럴의 원유를 리비아에서 수입하고 있는데요, 스위스 원유 수요의 절반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스위스 측은 원유 비축량이 충분하고, 리비아 말고도 원유를 수입할 곳은 많다며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스위스의 정유회사 두 곳 가운데 한 곳의 지분을 리비아 측이 소유하고 있는 만큼, 리비아의 원유 수출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다시 리비아로 돌아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MC: 스위스는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스위스 외무부는 일단 국민들에게 리비아 방문을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다피 부부 체포 사건은 법원의 소관이며 스위스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또 카다피 부부가 구치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며 리비아 측의 과잉반응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MC: 하지만 리비아 측의 조치들을 보면 이번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무엇보다 리비아의 영향력 있는 정치단체가 스위스 정부의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스위스 여론도 들끓고 있어서,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카다피 국가원수의 지지세력인 '혁명위원회운동'은 카다피 국가원수와 그의 가족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며, 리비아주재 스위스대사관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스위스 언론은 독재체제에 젖어 있는 리비아가 스위스의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며, 리비아와의 마찰로 단기적인 경제 손실을 입더라도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카다피 체포에 대한 보복으로 리비아 정부가 스위스 국민을 구금한 것은 인질극에 해당된다며 크게 흥분해 있는 상황입니다.

MC: 지금까지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아들 체포 사건을 둘러싼 리비아와 스위스 간 외교분쟁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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