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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지원국 해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변화


북한의 핵 신고에 따른 미국 정부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유엔과 일본, 유럽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진행자
: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안 1718호의 향방이 궁금한데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까?

답: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장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 닷새만인 지난 2006년 10월14일 채택된 대북 제재결의 1718호는 대량살상무기, WMD 프로그램과 재래식 무기, 사치품 등의 북한으로의 이전 금지, 또 화물 검색 등 광범위한 경제제재가 핵심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제재결의안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경제 전문가인 스티븐 해거드 교수는 유엔의 결의안이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엔 회원국들은 계속 북한과의 재래식 무기나 대량살상무기 관련 품목의 교역 금지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현재 유엔의 제재안은 재래식 무기와 사치품 등 제한된 품목에 대해서만 적용돼 사실상 북한의 무역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유엔 회원국들은 이후 자국의 판단에 따라 일부 제재를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이어 이는 정말 시작일 뿐이라며, 결의안이 갑자기 뒤집혀 당장 국제사회와 북한과의 교역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개별국가들의 대북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납북자 문제가 걸려있는 일본부터 알아볼까요.

답: 네. 납치자 문제가 걸려 있는 일본은 최근 일부 대북 제재 조치를 완화했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제재 해제에 이어 북-일 관계 수교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최근 북-일 간 실무자 회의에서 일본이 북한에 해제하기로 한 것은 전세항공편 운항과 인도적 물자 수송을 위한 북한 선박의 입항 허용에 국한됩니다. 이 중 전세항공편은 사실상 몇 년 간 운항한 실적이 없어 제재를 풀더라도 그 영향이 미미하고, 북한 선박 입항 허용 역시 인적 왕래와 일반 물자 수송 금지 조치가 남아있는 이상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일본 내 납북자 문제에 대한 여론을 감안할 때 당장의 추가 제재 완화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사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이 납북자 문제 해결의 지렛대였는데, 이제 이를 잃게 됐으니 내심 불만이 없지 않겠지요.

답: 그렇습니다. 겉으로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 신고를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가 믿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말하는 45일 간의 검증기간인데요. 일본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절차가 시작돼도 발효되기까지 45일 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최대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진전을 이룬다는 방침입니다.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상의 지난 25일 발언, 들어보시죠.

고무라 외상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의회에 통보하더라도 곧바로 해제되는 것은 아니라며, 45일 간의 기간 중 북-일 관계가 진전되는 모습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유럽 등 기타 다른 국가들은 어떻습니까.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기업들은 이미 상당수 북한에서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답: 유럽연합, EU의 25개 회원국들은 지난 2006년 11월, 대북 제재 방안을 채택했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1718호 채택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간 차원에서의 대북 투자나 교류는 지금까지 원활히 해온 편인데요, 대북 투자를 해 온 유럽 등의 민간기업 관계자들은 북한의 국제 금융체제 편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의 국제 금융체제 가입 등 활발한 교역 분위기가 조성되면 민간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 촉진되겠네요.

답: 네. 이론 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는 갈 길이 멉니다.

북한은 우선 상대적으로 가입 장애가 적은 아시아개발은행, ADB에 가입한 뒤 최종적으로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IMF 등에 가입할 수 있겠지만,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영국의 대북 투자 선두그룹인 '글로벌 그룹'의 케이트 베닛 수석연구원은 북한이 법적으로 국제 금융체제에 가입하는 장애가 사라지게 되면, 북한은 이제 국제금융기관의 당국자들과 친해지고, 그 체제에 대해 배우고 새로운 관행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다고 말했습니다.

스티븐 해거드 교수도 북한은 국제 금융체제로의 편입이 불가능한 것이 미국 정부의 제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라며, 북한의 무역투자 정책이 불투명하고, 정치체제가 불안정하고, 국가경제가 너무 많이 개입하는 등 다른 여러가지 문제점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앞으로 북한이 국제 금융체제로 편입할지 여부는 '제재'가 아니라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조치를 중심으로 알아봤는데요. 이외에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의 분위기도 상당히 바뀔 것 같은데요.

답: 물론입니다. 눈에 보이는 제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던 북한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은 최근 몇 년 간 북 핵 6자회담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아왔는데요.

세계식량계획, WFP 측에 따르면 러시아와 이탈리아 정부가 잇따라 대북 식량 지원에 나서는 등 최근의 분위기가 벌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재개는 물론 북 핵 6자회담 상황까지 이처럼 진전되면서 북한의 식량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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