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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경제난과 고유가로 흔들리는 아메리칸 드림


미국 내 시사 동향과 화제들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미국은 흔히 기회의 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온다'는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 폭락과 갤런 당 4달러를 넘어선 휘발유 가격, 식품 가격 폭등, 소용돌이치는 금융 시장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 오늘은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 이연철 기자,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죠?

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은 능력이나 성취에 따라 각자에게 기회가 주어짐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더 낫고 부유하며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작가인 제임스 트루슬로 애담스가 1931년에 처음 사용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대공황의 어려운 시대를 맞아 실업율이 20%를 웃도는 상황에서 나온 애담스의 이같은 표현은 열망 보다는 환상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대공황과 세계 대전을 벗어나면서 애담스의 비전은 현실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1945년부터 1973년 까지 황금기를 누렸고, 세계인들이 선망하는 꿈의 나라가 됐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왔습니다.

) 그런데 이제는 그같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정체 상태에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유에스 에이 투데이 신문의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삶의 질이 5년 전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자녀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도 45%에 그쳤습니다. 그런가 하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반 세기 동안 삶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한 사람이 지금처럼 적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문) 미국은 이전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여러 번 겪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 드림의 암묵적 약속은 흔들리지 않았는데요, 이번에는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요?

네, 미국의 가구당 평균 소득이 사실상 줄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난 2001년의 경기침체의 끝자락에서 부터 지난 해 까지 미국의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가구당 평균 소득은 오히려 해마다 줄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6년에 미국 모든 가구의 절반 이상이 5만8천4백7달러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동안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2000년의 5만9천3백98달러 보다도 적은 것입니다.

문) 지난 해 미국 경제는 2000년에 비해 18%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실직 소득이 줄어든 전형적인 미국 가정들은 그같은 성장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날에는 중산층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 졌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의 부모들은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것 만으로도 더 나은 삶을 살며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나날이 오르는 식품과 에너지 가격에다가 건강 보험료 폭등, 그리고 물가상승률의 2배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 등으로 인해 그렇게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전형적인 미국인들의 삶의 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1970년 대의 경우 중산층 가정에서 식기청소기와 세탁물 건조기, 그리고 에어콘 등은 사치품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연 소득이 2만 1천2백 달러인 빈곤선 이하의 가정에서도 그같은 가전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미국인들은 1970년대에 비해 더 큰 주택, 더 좋은 자동차, 그리고 더 나은 건강 보험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울러, 디지탈 기술의 발달로 통신이나 오락 면에서도 과거에는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혜택을 누리고 있고,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 수도 1990년에 비해 2배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기 침체와 고유가의 여파로 호화 주택이나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평판 TV 등을 버리고 작은 주택과 소형차를 구입하면서 신용카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입니다.아주 극단적인 예가 되겠습니다만, 올해 36살인 한 대학교수는 연봉이 13만 달러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문) 이런 가운데, 빈부 격차가 커지는 것도 아메리칸 드림을 뒤흔드는 한가지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지난 2006년, 소득이 10만 4천7백 달러인 가구는 전체의 10분1에 불과했지만, 미국 가구들의 총 소득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9.7% 로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특히, 부자 중의 부자로 소득이 적어도 38만 2천6백 달러에 달하는 상위 1%에 속하는 가구들이 대부분의 경제적 이익을 독차지했는데요, 2002년부터 2006년 사이에 전체 성장의 4분의 3이 이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미국의 경제적 황금기에는 부유층과 빈곤층 모두 번영을 누렸고, 특히 빈곤층의 성장이 더 빨랐습니다. 이 때를 가리켜 흔히 번영이 공유된 시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경제적 이익을 부유층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등식이 깨지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도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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