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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베이징서 관계정상화 실무협의 시작


중국 베이징에서는 오늘부터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일본과 북한 정부 당국자들 간의 공식 실무협의가 시작됐습니다. 북한의 핵 신고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한 마지막 고비로 여겨지고 있는 이번 협의에 대해 도쿄를 연결해 일본 정부의 입장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우선 이번 협의에 임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부터 설명해주시죠.

일본과 북한 간의 이번 공식 협의에는 일본 측에서 6자회담 일본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북한에서는 송일호 조일국교정상화 교섭 담당대사가 각각 참석했는데요, 작년 9월 몽골에서 열린 6자회담 북일국교정상화 워킹그룹 제2차 회의에 이어 9개월여만에 다시 열리는 공식 대화라는 점에서 주목이 됩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협의에선 북한에 대해 ‘행동 대(對) 행동’원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입니다. 일본의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은 어제 기자회견에 “북한이 크게 한발 내디뎌 구체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우리 쪽도 크게 내딛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다. 상대의 행동이 작으면 우리도 작게 나갈 것이다”면서 ‘행동 대(對) 행동’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일본 측으로선 최대 현안인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북한 측의 태도에 따라서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 완화 등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한 것입니다. 그러나 고무라 외상은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뭔가 진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긴 하지만 납치피해자가 곧 귀국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는 가질 수 없다”면서 결과에 대해선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문: 일본 정부는 ‘행동 대 행동’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에 대한 북한 측 입장이 어떤지도 궁금한데요, 일본의 조총련 기관지가 북한의 입장을 보도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오늘자 신문에서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담과 관련해 “우선 (대북) 대결정책 시정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확인하고, 그를 전제로 쌍방의 관심사항을 진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란 북한 당국의 입장을 보도했습니다.이 신문은 베이징발 기사에서 북한 외무성 관계자들이 “이번 실무회담과 관련해 일본 측의 태도를 지켜보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그같이 전했습니다.

조선신보는 또 “6자회담의 10.3합의 이행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시점에서 열린 이번 실무회담에는 국제정세 발전의 흐름 속에서 상반된 외교적 행보를 보이는 조.일 두 나라의 위상이 현저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특히 “조선과 미국은 10.3합의 이행의 완결을 위한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 반면 납치문제를 구실 삼아 미국의 대조선 공약 이행에 제동을 걸려고 했던 일본은 외교적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결국 양측 모두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행동하겠다는 입장인 셈인데요.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 측이 일본항공 여객기인 ‘요도호’납치범의 인도를 제안할 가능성이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그 얘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일본 외교 소식통들에 의하면 북한 측이 이번 협의에서 일본항공 여객기인 ‘요도호’ 납치범의 인도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자신들이 이미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했던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꾸는 대신 일본에 대한 화해 제스쳐로 1970년 항공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넘어간 적군파 요원 3 명을 추방하는 형식으로 일본에 돌려보내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더군다나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지정한 이유중 하나로 요도호 납치범 문제를 들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이번 협의에서 이 문제를 진전시켜서 미-일 양국과의 관계도 동시에 개선하려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는 요도호 납치범 송환을 납치문제의 진전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서 북한이 그같은 제안을 하더라도 양측의 관계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문: 실제로 일본에선 벌써부터 다음 달로 시한이 만료되는 대북 제재 조치를 또 연장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일본은 2006년 7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하자 ‘특정선박 입항금지 특별조치법’을 적용해서 북한 화객선 ‘만경봉호’의 입항금지 등 각종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독자적인 제재 조치를 발동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 국적 선박의 입항을 전면 금지하고, 고급 식자재 등의 수출도 금지하는 추가 제재를 내렸는데요, 이같은 제재는 6개월마다 연장 여부를 검토하게 돼 있습니다.

바로 내달 중 6개월 시한이 만료되서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요, 정치권에선 이번 양자 공식협의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재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같은 주장은 물론 북한의 전향적 조치를 유도하려는 압박전술로도 이해되는데요, 어쨌든 내일까지 이어지는 북한과 일본 간의 공식 협의가 북 핵 진전은 물론, 북한과 일본간의 관계정상화에도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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