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일본은 11일 베이징에서 북-일 국교 정상화 실무회의를 엽니다. 이 시간에는 최원기 기자와 함께 북-일 관계와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와의 함수관계를 알아봅니다.
문) 북한과 일본은 그 동안 납치 문제를 둘러싸고 냉랭한 관계였는데요, 최근 접촉이 재개됐군요?
네,북한과 일본은 지난 7일 베이징에서 비공식 실무 접촉을 가졌습니다. 북한의 송일호 조-일 국교 정상화 담당 대사와 일본의 사이키 아키다카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번 회동에서 오는 11일 베이징에서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과 일본 간에 공식 대화가 재개된 것은 9개월만에 처음입니다.
문) 북한과 일본 간에 대화가 재개된 것은 아무래도 북한 핵 문제 진전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겠죠?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핵 문제는 지난 4월8일 미-북 싱가포르 회동을 계기로 급진전 되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은 이미 1만9천 쪽에 달하는 핵 문서를 미국에 넘겨준 데 이어 이 달 하순께 핵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핵 신고를 하면 미국은 곧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방침입니다. 그동안 일본은 ‘납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지 말라’고 미국에 주문해왔는데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일본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문) 미국의 부시 행정부로서는 상당히 난처한 상황인 것 같군요.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야 하는데, 동맹국인 일본은 ‘납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자 말라’고 반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지금 말씀하신대로 핵 문제 해결과 함께 미-일 동맹 관계라는 두 가지 문제가 걸려있습니다. 법적인 측면에서만 말하자면 테러지원국 해제와 일본인 피랍자 문제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미국이 일본의 요청을 무시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경우 미-일 동맹관계에 균열이 갈 소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로서는 핵 문제는 핵 문제대로 해결하면서도 미-일 동맹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달 27-28일 베이징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강하게 제기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문) 북한이 최근 베이징 북-일 접촉 테이블에 나온 것도 미국이 설득한 결과라는 얘기 같은데요, 북한 입장에서도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득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북한이 일본과 대화를 제개하는 것은 평양에게도 적잖은 외교적, 경제적 이득이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납북자 문제에 성의를 보일 경우 이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을 용이하게 만들어줍니다. 상황이 이렇게 풀릴 경우 일본은 6자회담 참가국으로서 대북 중유 제공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또 납치 문제가 풀릴 경우 일본은 만경봉호 입항 허용 등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물론 식량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또 납북자 문제가 해결될 경우 이는 장기적으로 북-일 외교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문) 북-일 간의 최대 걸림돌은 ‘납치’ 문제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일본이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일본 정부는 북한이 지난 '70-80년대 납치해 간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 문제와 관련해 3 가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선 납치돼 북한이 살고 있는 사람들은 즉각 송환하라, 그리고 납치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함께 북한에 남아있는 일본인 항공기 테러범들을 일본으로 넘겨 줄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일본의 고무라 마사히토 외상은 10일 “일본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이 큰 조치를 취하면 일본도 그에 따라 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최근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구요?
아직 언론보도 수준입니다만, 최근 한국과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지난 '70년대 민항기를 납치해 평양으로 망명한 일본인 적군파들을 ‘자진 출국’ 형식으로 외국에 보내면 일본 당국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