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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일본인 납치 문제도 '물밑협상'


최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위한 미-북 간 협상이 진전을 이루면서, 관련 현안 중 하나인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도쿄 현지를 연결해 이 문제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우선 지난 27일, 28일 이틀 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관련한 막바지 조정과 함께 일본인 납치자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에선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일본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함께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어떻게 연계돼 진전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일단은 미국이 일본을 배려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전후해 북한이 납치자 문제에 대해 뭔가 전향적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고 있는데,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실제로 힐 차관보는 지난 27일 북한 측과의 회동에서 “미국은 북-일 관계 개선이 6자회담을 진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일본 측 6자회담 대표인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주국장을 만나 설명했는데요, 때문에 일각에선 조만간 북한이 일본 정부에 대해 전향적인 제스처를 보여주고, 이어서 북-일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일본 정부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인데요, 그 ‘전향적인 조치’가 어떤 것이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과연 북한이 핵 신고와 테러지원국 해제 등을 전후해서 주요 걸림돌인 일본 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전향적 조치를 취할 것이냐가 관심인데요, 현재로선 북한이 1970년 항공기 요도호를 끌고 북으로 넘어간 적군파 요원 3명을 추방하는 형식으로 일본에 돌려보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적군파 문제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것과 직결돼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북한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적군파 요원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해왔다는 게 일본 정부의 분석입니다. 실제 미국 국무부가 최근 발표한 ‘2007년 테러보고서’에는 북한이 이란과 쿠바, 시리아, 수단과 함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요도호 납치에 관여했던 일본 적군파 요원 4명을 여전히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북한이 일본과의 양자협상을 시작해서 납치사건 재조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에 대해선 일본 정부 주변에서 아직 신빙성 있는 언급이 나오고 있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일본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가 요도호 납치 관련 적군파 요원을 일본 측에 넘기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는 얘긴데요, 요도호 납치 사건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설명해 주십시요.

=요도호 납치사건은 1970년 3월30일 다미야 다카마로(田宮高磨) 등 9명의 일본 적군파(赤軍派)가 도쿄발 후쿠오카행 일본항공(JAL)의 요도호를 공중 납치해 북한으로 넘어갔던 사건입니다. 당시 일본의 적군파는 경찰서 습격사건 등으로 일본 내에서 궁지에 몰린 상태였습니다.이들은 당시 승무원 7명과 승객 등 1백29명이 타고 있던 요도호를 공중 납치해서 평양으로 향하다가 한국의 김포공항에 비상착륙 했었습니다.

결국 김포공항에서 범인들은 탑승객 전원을 석방하는 대신 야마무라 신지로(山村新治郎) 당시 운수성 정무차관을 인질로 잡고 79시간 만에 북한으로 떠났는데요, 이들은 북한 당국에 망명을 요청해 그 곳에 눌러 앉았습니다. 그후 주모자 등 3명이 사망하고, 당시 16살이었던 한 명의 요원은 1988년 일본에 잠입해 지하활동을 벌이다 유일하게 체포돼 형기를 마치고 석방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한 명은 2000년 6월 태국에서 달러 위조 혐의로 체포돼 일본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았는데요, 현재 북한에는 나머지 4명의 범인과 일본인 처, 20여 명의 자식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일본 공안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이 테러리스트이므로 인도해 줄 것을 북한에 꾸준히 요구해 왔지만 북한 측은 거부해 왔습니다.

진행자) 이번 주에 일본의 한 신문이 북한에 일본인 납치 피해자 수 명이 여전히 생존해 있다고 보도해서 관심을 모았는데요, 그 소식도 전해주시죠.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27일 일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인데요, 북한이 “납치 피해자로 보이는 일본인이 여러 명 국내에 있으며 귀국시킬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작년 가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이 밝힌 인물들은 일본 정부가 납치 피해자로 인정한 12 명과는 별개의 다른 사람들인 것으로 보이는 데요, 북한이 미국에 이런 의사를 표명한 것은 납치 문제의 ‘진전’을 내세워서 미국에 의한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물론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론 이 보도에 대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보도는 북한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해 요도호 납치범 인계 뿐 아니라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도 뭔가 진전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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