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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시리아 핵 협력, 의혹 제기부터 공식 확인까지 과정


미국 백악관이 북한과-시리아 간 핵 협력설을 사실로 확신한다며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첫 의혹이 제기된 지난 해 9월 이후 8개월여 만입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핵 의심 시설 공습부터 미국 정부의 공식 확인까지의 과정을, 서지현 기자가 정리해드립니다.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협력설은 지난 해 9월6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날 밤 이스라엘 공군 전폭기 4대가 적대국인 시리아 영토를 침범해 한 건물을 겨냥해 폭격을 가했고, 2층 높이의 이 건물은 완파됐습니다.

북한은 닷새 후인 9월 1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침공에 대해 '지난 6일 새벽 이스라엘 군용기들이 시리아 영공을 불법 침범해 동북부 사막 지역에 폭탄을 던지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스라엘을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다음 날인 12일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이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협력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시리아의 핵 개발을 지원했으며, 이를 파악한 이스라엘이 전폭기를 동원해 문제의 핵 시설을 파괴했다고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 미국과 유럽 언론들이 관련 의혹을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 전 북한과 관련된 선박이 시리아 항구에 입항했다며 이 선박이 북한으로부터 핵 개발용 장비를 운송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 증거까지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자 북한 외무성은 9월18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을 공식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면서 강경파들의 비난이 더욱 거세진 것입니다.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며 침묵을 지켰고, 국무부 역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에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습니다.

10월24일, 미 의회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을 문제 삼으며 북한과의 핵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주장이 빗발쳤습니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 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비밀로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당시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톰 탄크레도 의원은 만일 북한이 시리아에 무기나 핵물질을 제공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행정부가 이를 문제 삼을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대북 협상에 채찍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추궁했습니다.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에 대해 행정부의 대외비 설명을 받았던 하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측 간사인 일레나 로스-레티넨 의원은 더 많은 의원들이 관련 정보를 접하게 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북한과의 합의에 대해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당시 청문회에서 핵 협력 의혹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즉답은 피한 채, 6자회담이야말로 북한의 핵 확산 우려를 다룰 최선의 장이라고 시종일관 6자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청문회가 열린 다음 날인 10월25일,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 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스라엘이 공습한 시리아 내 시설물이 북한 영변 핵 시설과 유사한 핵 원자로임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시리아의 의혹 시설과 북한 영변의 핵 시설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밝히며,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을 받아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자 미국 내 북한 핵 협력 논란은 더욱 가열됩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어 올해 1월에도 워싱턴 소재 국가정책연구소에서 가진 강연에서 거듭 시리아의 핵 의심 시설과 북한 영변 핵 시설의 지붕면적이 거의 동일하다며 북한은 시리아에 핵 시스템을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 언론들의 관련 보도와 의혹 제기는 줄을 이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은 1월17일 익명의 유럽 고위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서방국가들은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이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 가 시리아 측에 이 시설을 방문해 핵 시설 의혹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시리아 측이 거절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보수 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보수 인사들의 기고문 등을 통해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대응이 미진하다며 여러 차례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지난 8일 북한과의 싱가포르 양자회담에서 우라늄 농축 활동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 등 핵 신고의 핵심쟁점들에 대해 잠정합의를 이루면서, 미 의회는 물론 행정부 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24일 미국 중앙정보국, CIA의 북한-시리아 핵 협력에 대한 미 의회 설명회가 열린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관련 비디오가 공개된 24일, 미 백악관은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나섰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미국이 지난 6개월 간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에 대해 함구한 데 대해 비난 입장을 표명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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