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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퇴진


한국의 세계적인 기업,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오늘 현직에서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삼성그룹에 속한 주요 회사들의 주식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어 소유하는 이른바 차명계좌 주식 문제로 최근 한국의 특별검사로부터 불구속 기소된 이 회장은 이로써 회장 취임 20여년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인으로 칭송 받았던 재계의 거물이 불명예 퇴진함으로써 한국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한국의 세계적인 그룹이죠,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날의 허물을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 그동안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은 이 회장에 이어 삼성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이 회장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경영권 불법승계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고객총괄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 해외사업장으로 나가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 또한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 등 삼성 관련 자리를 모두 떠난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이 회장은 반도체, 휴대전화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를 일궈내면서 세계적인 기업인으로 칭송을 받았던 인물인데요, 이번에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답: 이 회장은 최근 한국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경영권을 아들인 이재용 전무에게 불법승계한 혐의와 주식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소유하는 이른바 차명계좌 의혹 등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삼성그룹 비리 관련 의혹들은 그동안 한국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인데요, 이 문제가 검찰의 손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진 것은 내부고발자의 폭로때문이었습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이 삼성그룹 법무팀장으로 있던 시절 자기 명의의 계좌에 50억원대의 주식과 현금이 들어 있었고, 이는 삼성그룹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의 정치인, 행정부 관료, 검찰 고위층에 대한 로비와 불법 경영권 승계 사실 등을 잇따라 폭로하면서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법’이 통과돼 이 회장과 삼성그룹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이뤄졌습니다.

문: 한국의 특별검사팀이 밝힌 이 회장의 차명계좌 주식규모가 천문학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남의 이름으로 불법 소유했다면 이 주식들은 어떻게 처리되는 건가요?

답: 특별검사팀이 밝힌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잔고는 4조5천억원에 달합니다. 한국 정부는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추징하는 것 이외에 이 회장의 차명재산 자체를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은 이 회장이 차명재산을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돌려놓은 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난 세금은 아마 낼 방법이 없을 겁니다.시효가 지나면 세금을 국가기관에 낼 수가 없고 아까 말씀 드린대로 이렇게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지금 현재 세금을 내고 남은 것은 회장이나 회장 가족이 쓰지 않겠다. 사회에 유익한 방도를 찾아서 쓰겠다는 그 말씀을 신뢰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회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현재 이 회장이 물어야 할 세금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 회장이 사회에 환원할 액수 또한 1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 참 어마어마한 액수인데요, 삼성그룹의 자산 규모와 이 회장의 재산은 어느 정도입니까?

답: 미국의 유명 경제잡지인 `포브스'지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 2003년도 회계기준으로 총 자산은 2백4조원, 매출액은 1백21조원입니다. 또 올해 초 포브스지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재산은 2조원 정도로 세계 6백5위의 갑부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엄청난 차명재산이 드러나면서 이 회장의 재산 순위도 크게 변할 전망입니다.

문: 한국에서는 수십개의 회사를 사실상 한 사람이 지배하는 이른바 ‘재벌’에 대한 여론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게 사실 아닙니까? 이번 이 회장 퇴진으로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데요, 한국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삼성그룹이 한국 최고의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도 경제계의 충격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제단체들은 이번 이회장 퇴진을 계기로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면서도 이 회장의 퇴진이 재계에 가져 올 파장에 대해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한국 내 대기업 소유주들의 이익을 대변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식 논평을 통해 “삼성그룹의 쇄신안이 국민 정서를 고려한 고뇌의 결단이라고 생각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이제는 삼성과 관련한 논쟁을 그만두고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그동안 삼성그룹 비리 의혹을 집중 제기했던 시민단체 참여연대 측은 이 회장의 퇴진과 삼성의 경영쇄신안에 대해 “경영권 불법승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며 “삼성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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