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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 대사 ‘식량 지원,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뇌물’


미-북 싱가포르 양자회담에서 북 핵 신고 문제의 잠정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향후 북한의 핵 신고에 따른 미국 측의 대규모 경제, 식량 지원 등 상응 조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 보수파들을 중심으로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대규모 대북 식량지원 시기와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북한의 식량난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한국 정부가 신속히 인도주의적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북간 핵 신고 잠정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북 쌀 지원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식량 지원과 핵 신고 문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북한 당국과의 식량 지원 협의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유력신문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북한에 쌀 50만 t을 지원할 것이라고 보도하는가 하면 여러 북한 문제 전문가들 역시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 정부의 대규모 대북 식량 지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는 싱가포르 합의와 미-북간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협의를 연결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현 상황에서의 대북 지원 재개에 반대했습니다.

릴리 전 대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지금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재개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며, 현 상황에서의 식량 지원은 싱가포르 핵 협상에서 북한이 아주 약간 양보해 주는 데 대한 '뇌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릴리 전 대사는 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나쁜' 행동에 대한 대가로 식량 지원을 받는다고 여길 것이므로 식량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언급하는 것 자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릴리 전 대사는 북한 당국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취할 가능성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습니다.

릴리 전 대사는 중국 정부는 북한 측의 식량지원 요청을 받고 식량 지원이 북한의 목적 달성만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망설이면서도 동시에 북한의 경제가 너무나 어렵다는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릴리 전 대사는 지금 고려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의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며, 중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붕괴해 탈북자들이 중국 국경을 넘어올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 외화를 송금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을 도울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같은 모든 상황을 이용해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모두 지원을 받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릴리 전 대사는 미국 정부는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을 제공하는 모든 나라에 대해 철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미국 정부의 과거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은 전용되고 잘못 사용됐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확실한 모니터링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에 있어 표면적으로 모니터링 문제만을 극도로 과장하고 있다며 정치 상황의 진전에 따라 미국 정부의 신속한 대북 식량지원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와 국제아동기금, UNICEF의 북한 현장 요원으로 일했던 해이젤 스미스 영국 워윅대 교수는 미국 정부가 50만 t의 대규모 식량을 WFP를 통해 북한에 제공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이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WFP를 통한 대규모 식량 지원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특히 미국 정부는 '모니터링' 문제를 극도로 과장해 피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어떤 나라에서나 모니터링을 위한 '접근'의 문제는 있다며, 북한만 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효율적인 체계를 갖고 있지 못한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또 부패나 관료주의 때문에 외부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곳이 북한 외에도 많다는 것입니다.

스미스 교수는 모니터링을 위한 북한 내 접근도는 전쟁 상황 중인 다른 어떤 나라보다 좋은 편이라며, 나름대로 효율적인 체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한 달에 5백회 정도 현장실사를 진행하는 WFP 요원들은 늘 미리 계획을 세우고 모니터링을 수행한다며, WFP 요원들이 북한 내 어느 지역을 갈 때 일주일 전에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흔히 모니터링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모니터링 요원들이 북한 당국자와 함께 실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스미스 교수는 WFP가 식량을 제공하는 국가의 현지어를 할 수 있는 모니터링 요원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현지 당국자들과 함께 모니터링을 진행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또다른 전문가는 그러나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에 앞서 모니터링 문제의 해결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경제와 식량 문제 전문가인 미국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스테판 해거드 태평양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모니터링 문제는 미국 정부가 인도주의적 지원에 있어 정책적으로 제기해온 문제로, 이 때문에 과거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중단하지 않았었냐며 미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현 단계에서 모니터링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에서의 모니터링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며, 북한 당국은 외국인 모니터요원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투명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미국 정부가 모니터링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들과 북한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전쟁과 폭력 사태로 특정 지역에 대해 접근이 힘들어 식량 배분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것과 북한의 상황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북한의 식량난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15일 '평화재단' 주최 포럼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강력한 모니터링을 요구해 지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 역시 미-북간 핵 신고 합의에 따른 50만 t의 식량 지원이 언제 이뤄질 지 불투명한 데다 지원이 결정된다고 해도 실제 물량이 들어가는 시기는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지원이 북한 주민들의 대량 아사를 막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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