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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북한 식량난 Ⅲ - 외부지원 확대…정치상황 걸림돌


북한이 올해 지난 1990년대 중반의 대기아 사태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을 것이라는 유엔 등 국제기구와 민간 지원단체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식량난에 지난 여름 큰물 피해와 국제 곡물가격 급등 등 악재가 겹쳐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적게는 1백만t에서 많게는 1백60여만t에 이를 것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번 주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 식량난의 실태와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특집시리즈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순서로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김근삼 기자입니다.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1990년대 중반 적어도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낸 기아 사태 이후, 아직도 식량 수급의 많은 부분을 국제사회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해 기상 재해로 수확량이 더욱 감소한데다 재정난으로 북한 정부가 식량부족 분을 수입하는 것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원은 더욱 절실합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은 미국과 한국 등 각국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지원과 민간단체들의 지원으로 구분됩니다.
한국의 대북 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의 이승용 사무국장은 북한의 식량난이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민간 차원에서는 지원 확대가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어쨌든 식량난이 장기화하고 있고 지금도 전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민간 차원에서는 상당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죠. 사업이 확장되기보다는 정체되는 측면이 있구요. 그런 면에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대북 지원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국제 곡물가 급등으로 같은 예산으로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식량의 양이 크게 준 것도, 민간 차원의 지원 규모가 위축될 수 있는 요인입니다.

한편 정부 차원의 지원은 다시 정부 간 직접 지원과,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을 총괄해온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 WFP는 최근 식량난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WFP는 지난 1995년부터 각국 정부의 후원 아래 북한 내 식량 지원 사업을 벌여왔으며, 2006년 4월부터는 올해 8월까지를 시한으로 북한 내 취약계층 1백90만 명에게 15만t의 식량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WFP 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은 “오는 8월 완료되는 사업은 북한 정부와 WFP의 결정만 내려지면 올해 말까지로 연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더욱 극심한 식량난이 예상되는 만큼 현 사업의 연장 외에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대북 지원 사업을 벌이는 단체들은 식량난에 대비해 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이와 관련한 각국 정부들의 태도는 불분명합니다.

WFP의 최대 후원국인 미국은 지난 해 8월 이미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996년부터 2004년까지 WFP를 통해 총 2천60만t, 6천9백40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식량을 북한에 지원했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해 북한의 수해 직후 정치상황과 관계 없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 지원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며, 지난 연말에는 정부의 해외지원 관계자가 직접 평양을 방문해 북한 당국과 이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 워싱턴을 방문했던 유명환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이 WFP를 통해 5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정작 미국 정부는 여전히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탐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미국은 식량 지원의 필요성, 다른 지역을 고려한 예산 투입 가능성, 그리고 실제 필요한 사람들에게 식량이 돌아가는지를 고려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미국의 해외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개발처, USAID관계자도 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은 예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해까지 WFP를 통한 간접지원 외에 북한에 매년 차관 형식으로 수십만t의 식량과 비료를 제공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10년 이상 지속된 대북 식량 지원이 계속되려면 국민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하다”며 지원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달 미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식량 지원은 기본적으로 인도적 지원”이라면서도, “매년 많은 양의 식량을 제공하는 것은 완전한 인도적 지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측이 최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 발언을 쏟아내면서, 식량 지원을 포함한 남북관계 전체가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다른 주요 대북 식량 지원 국가인 중국의 지원 전망도 어둡습니다.

중국은 대북 식량 지원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자국 내 식량 부족에 대비해 북한과의 식량 교역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대규모 지원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올해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식량난으로 인한 북한의 사회불안을 원치 않으며, 따라서 결정적 시점에 대규모 식량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각국의 개별상황 외에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을 둘러싼 정치상황과 지원을 요구하는 북한 정부의 태도입니다.

각국 정부는 인도주의 지원과 정치상황은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북한 식량 문제에 관여해온 전문가들은 식량 지원과 정치상황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WFP 아시아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은 “각국의 식량 지원은 정치상황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한국이 지난 2006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했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북한의 핵 신고 거부로 계속 난관에 봉착해있고, 남북관계도 경색국면에 처한 현 상황은 대북 식량 지원에 결코 좋은 환경이 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대북 지원단체 ‘좋은벗들’의 이승용 사무국장은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정치적 결정과 무관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의 피해자는 북한 정부가 아니라 주민들이란 점에서, 각국이 대북 지원을 확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근삼 입니다.

지금까지 북한 식량난 특집시리즈, 그 세 번째 순서로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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