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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차관보 북 핵 신고 3월 말 언급은 미국 내 정치일정 감안한 것’


미국과 북한 간에 핵 신고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달 말이 핵 신고의 새로운 마감시한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 핵 협상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북한이 이 달 안에 핵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힐 차관보가 ‘3월 말’을 강조한 배경을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9일 워싱턴의 프레스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이 달 안에 핵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 비핵화 2단계를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며, 북한이 3월 안에 핵 신고서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가 북한의 핵 신고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 달 10일에는 서울 방문 중,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비핵화 2단계를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비록 간접적인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북한이 2월 말까지 핵 신고를 해주기를 희망한다는 얘기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3월 말이 핵 신고 마감시한이라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 달 안에 핵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좀더 강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힐 차관보가 ‘3월 중 핵 신고’를 강조한 것을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평양에 대해 ‘빨리 핵 신고를 하라’는 메시지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것은 미국 내 정치일정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입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10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이 달 안에 핵 신고를 하면 북한의 비핵화는 3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3단계에서는 북한 핵 프로그램 검증과 폐기는 물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와 대북 식량 지원, 미-북 국교 수립, 그리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 신고를 하지 않고 지금같은 교착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부시 행정부로서는 비핵화 3단계를 추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북한이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정확하게 신고할 경우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 문제에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과학국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2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농축 우라늄은 ‘과거의 문제’인 반면 플루토늄은 ‘현재와 미래의 위협’이라며, 북한이 플루토늄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할 경우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만일 북한이 핵 신고를 하면서 그동안 얼마 만큼의 플루토늄을 추출했고, 그 중 얼마를 핵무기를 만드는데 사용했으며, 그 핵무기가 어디에 있고,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힌다면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이 ‘우라늄 농축 문제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는 쪽으로 인식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 신고는 완전하고 정확한 것이어야 하며, 여기에는 우라늄 농축 계획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에 대한 해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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