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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북 핵 문제, 이제는 북한이 결정할 차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제네바에서 열렸던 미-북 회담과 관련, ‘공은 평양으로 넘어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핵 신고를 둘러싼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새로운 제안을 했으니 이제는 북한이 결정할 차례라는 것입니다. 최원기 기자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미완성 회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양측이 만나 회담은 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헤어졌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제네바의 미국대표부와 북한대표부를 오가며 장시간 회담을 가졌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핵 신고와 관련해 보다 유연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계관 부상은 이 방안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고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2000년대 초 부시 1기 행정부 시절 국무부 외교정책 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사는 이제 공은 평양으로 넘어갔다며 북한의 결정을 지켜 볼 때라고 말했습니다.

"미첼 리스 박사는 이번 회담은 도중에 김계관 부상이 지침을 받기 위해 평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중단됐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김계관 부상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만 할 뿐 북한 측에 구체적으로 어떤 제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힐 차관보가 북측의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좀더 유연한 핵 신고 방안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첼 라이스 박사는 우라늄 농축 같은 핵 프로그램 신고만 제대로 할 경우 부시 행정부는 핵 신고의 형식에는 크게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첼 리스 박사는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핵 신고 내용이라며, 핵 신고를 어떤 종이에 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대사는 17일 북한에 대한 압박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 신문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시간벌기 전술”을 쓰고 있다며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볼튼 전 대사가 이런 주장을 한다고 해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미 북한 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풀기로 결심을 한데다, 볼튼 전 대사를 비롯한 이른바 `신보수주의자'들의 입김이 과거에 비해 한결 약해졌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에 소재한 미국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국장은 볼튼 전 대사를 비롯한 대북 강경파들은 앞으로도 계속 평양을 압박하려 하겠지만 잘 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존 페퍼 국장은 미국 내 강경파들은 북한을 계속 압박하려고 하겠지만 국무부는 대북 협상을 계속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석달 간 핵 신고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인 가운데, 이번 미-북 제네바 회담을 계기로 핵 신고라는 공은 다시 평양으로 넘어갔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북한의 국방위원회를 비롯한 평양의 수뇌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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