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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국제유가와 곡물가 상승으로 큰 타격’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이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북한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연초부터 경제건설을 강조했던 북한의 정책목표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원유에서부터 옥수수와 쌀 등 곡물에 이르기까지 국제상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북한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우선 배럴당 1백 달러를 넘어선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원유와 정제유 등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북한에는 그만큼 부담이 따르게 됩니다.

2.13 합의에 따라 6자회담 참가국들이 제공키로 한 중유도 물량기준이라 제공하는 국가가 가격상승 부담을 안지만, 북한이 수입하는 경우는 물량을 줄이거나, 비용을 더 지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원유는 지난 3년간 약 52만t 가량으로, 이는 대중 수입 물량 가운데 약 25% 안팎을 차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 급등은 당장 북한의 원유 수입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비용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북한의 대중 무역 적자폭을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영수 코트라 상하이 무역관은 “2006년 북한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7억6천만 달러까지 늘어난 가운데 올해 유가상승으로 적자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코트라 정영수 무역관: “북한의 전체 무역규모가 대략 29억 달러인데 그 중 수출이 9.4억 달러, 수입이 20.4억 달러로, 적자폭이 11억 달러입니다. 전체 20억 달러 수입 중에 원유를 포함한 광물성 생산품이 26퍼센트 가량됩니다. 만일 원유가 상승하면 적자폭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구요.그에 따라 원유난이나 식량난이 가중될 것이란 사실은 명백하지요.“

원유 가격 상승은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주민생활과 직결된 생산 시설 축소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북한조사팀장은 “북한의 원유 수입량은 이미 최소한의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줄일 수 없으므로, 다른 생산단위에 배분되던 외화로 원유 비용을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배 팀장은 “이럴 경우 북한은 외화 수입을 늘리기 위해, 수출산업을 모색하거나,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배종렬 수출입은행 팀장: “더 이상 줄일 방법이 없으면, 수출을 늘릴 수 밖에 없는 거고 그러면 북한이 수출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는 거고. 그렇게 해결하든지. 아니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원을 더 팔아서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외화 증가분을 올려야 하니까. 만약 기름값이 계속 올라가면 중국 쪽에서 (원유를) 도입하는 단가가 올라가잖아요. 그럼 중국의 입김이 강해질 수 밖에 없죠. “

여기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곡물가도 북한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북한은, 수확기가 끝나는 10월 말까지 1백12만t의 곡물을 수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지난해 곡물 수입량 57만t의 두 배 가까운 규몹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 2월까지 5만t의 곡물을 사서 수입했고, 12만3천t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운근 통일농수산 정책연구원장은 “만성화된 식량부족에 세계 곡물가격 상승이라는 요인이 겹치면서 올해 북한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며 “외부 지원이 중단될 경우 북한의 식량난은 위기를 맞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김운근 통일농수산 정책연구원장: “현재 북한의 2300만 인구가 필요로 하는 양곡이 약 550만t됩니다. 작년 생산량이 400만t에 불과했기 때문에 현재 150만t 가량 부족합니다. 예년에 한국에선 30~50만t을 지원했고 중국에서도 30만t씩 지원했습니다. 만일 양국에서 지원하지 않는다면 4월경 북한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

특히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북한의 유아원이나 탁아소 등에 밀가루를 지원하고 있는 남측 민간단체들의 지원 규모도 상당부분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매달 2백t 가량의 국산 밀가루를 북한의 어린이 시설에 보내온 남북나눔운동 관계자는 “국내 밀가루 가격이 예년에 비해 30% 가량 올라, 후원금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남북나눔운동 김진숙 간사입니다.

남북나눔운동 김진숙 간사: "중국에서 밀가루 구입하는 것은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어렵고 국내에서 밀가루를 보내는 것은 다량은 어려워도 소량정도는 괜찮을 것으로 봅니다. 똑 같은 돈을 지원해도 가격이 오르니깐 물량자체는 줄어드는 게 문제입니다. 올해 초 30% 정도 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목표로 내세운 ‘경제재건’은 물론, 북한주민들의 생활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수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내건 ‘자력갱생’ 구호는 내부 자원이 부족한데다 대외 여건마저 악화된 상태에서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결국 북 핵 문제를 해결해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수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자체 힘으로 경제강국을 만드는 여력이 없습니다.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인상은 앞으로 북한에 어려움을 더할 것입니다. 특히나 북한의 돌파구라고 한다면, 북핵 진전에 따라 외부의 지원이나 국제협력이 넓어지는 것 등 대외무역이 늘어나는 등이라고 봅니다. 지금으로선 교착상태에 빠져있지 않습니까?”

노귀남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경제가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가운데, 국제사회와 남측의 지원마저 중단된다면,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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