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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일본 방문 한 달 연기


일본과 중국 정부가 다음 달로 예정됐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 시기를 5월 중순으로 한달 정도 연기하는 쪽으로 조정 중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모처럼 조성됐던 중-일 간의 우호협력 분위기에 이상기류가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배경에서 후진타오 주석의 방일 연기가 논의되고 있는지 도쿄 현지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엠시) 우선 후진타오 주석의 방일 시기 연기가 확정된 건가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또 후진타오 주석의 방일 일정이 지금까지 확정돼 발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연기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중국과 일본 두나라 정부는 당초 4월 중순이나 하순에 후진타오 주석이 일본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잡고 있었던 건 분명합니다.그런데 최근에 일본 정부내에서 4월이 아니라 5월 쯤으로 방일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오늘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그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후진타오 주석의 방일 준비를 위해 이달 하순 예정됐던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의 일본 방문도 연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방일 연기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올초 일본에서 판매된 중국산 냉동만두에서 농약 성분이 발견된 소위 ‘농약만두’ 파문으로 인해 두나라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두나라 국민간 감정이 악화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0년만에 일본을 방문하는 후진타오 주석의 역사적인 방일이 우호적 분위기가 아닌 어색한 분위기에서 이뤄지게 할 수는 없다는 양국 정부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농약 만두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양국간 대립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후진타오 주석의 방일이 무기한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 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엠시) 올해 초 일본에서 발생한 ‘농약 만두’사건이 결국 중-일 양국의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됐는데요, 농약만두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어떤 문제에서 비롯됐는지 정리해주시죠.

=농약만두 사건은 올초 중국에서 제조돼 일본으로 수입된 냉동만두에 유독성 농약이 들어가 있었고, 이를 먹은 수백명의 일본인이 농약에 중독되는 피해가 발생한 사건인데요, 이 사건의 책임소재를 놓고 중국과 일본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핵심은 중국산 ‘냉동만두’에서 나온 농약 어느 나라에서 들어갔느냐는 점인데요, 이를 놓고 두나라는 서로 자국에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냉동만두의 제조과정에서 누군가 불순한 목적으로 농약을 주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국은 일본에서 수입해 유통되는 과정에서 주입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결국 양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인데요, 이에 대해선 양국의 경찰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황상 근거를 바탕으로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엠시) 어쨌든 이 문제로 두 나라 간에 오랜만에 조성됐던 우호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요?

=그렇습니다.두 나라 수사당국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데다, 양국의 각료들까지 나서서 상대방의 책임회피에 대해 비난하면서 자칫 외교 분쟁으로 확대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특히 지난달말 중국 수사당국이 “중국의 제조과정에선 농약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없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하토야마 구니오 일본 법무장관은 “중국이 국익을 위해서 진실을 찾는데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이후 중국와 일본의 국민 여론도 서로 크게 악화된 상태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작년 9월 후쿠다 야스오 정권의 출범을 계기로 최근 해빙기를 맞았었는데요, 농약 만두 사건 때문에 다시 불편해지고 있는 셈입니다.중일 두 나라는 올봄 후진타오 주석이 일본을 방문하기 이전 이번 사건을 조기에 매듭짓자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문제해결 방식에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 반중·반일 감정만 고조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엠시)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북 핵 문제 해결을 둘러싼 양국간 공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사실 두나라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우호관계를 강화하려고 했었는데요, 중국은 일본의 선진 기술 도입을 통해 경제발전을 꾀하려는 의도가 강하고, 일본은 북핵문제와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성공적으로 압박하려면 중국측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배경에서 추진됐던 후진타오 주석의 방일시기가 연기될 정도로 두나라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면 북핵을 둘러싼 양측의 긴밀한 공조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입니다.물론 북핵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다자간 틀에서 해결이 모색되고 있지만, 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공조와 협조가 긴요한 사안인데, 관계국간에 불편한 관계가 형성된다면 결코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엠시) 그렇게 중-일 관계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마침 오늘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 정부가 ‘중-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해서 주목되는데요, 일본 측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그렇습니다.오늘 개막된 중국의 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수상은 정부활동보고에서 “중일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주변 국가와의 선린우호관계는 점차 강화되는 등 지역내 제휴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중국 정부가 전인대에서 중일관계의 개선을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후진타오 주석의 방일에 앞서 양국간에 다소 불편해진 관계를 우호무드로 바꾸려는 노력”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특히 국가주석의 방일은 1998년 장쩌민 주석의 방일 이후 10년만에 처음이기 때문에 절대 실패해선 안되고, 이번 방문을 두나라가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 두고 있는 중국이 농약만두의 책임에 대해 순순히 인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농약만두‘를 둘러싼 중일 양국간의 대립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바로 그 점을 두나라가 어떻게 매듭짓고 넘어가느냐가 앞으로 중일 양국의 우호분위기 여부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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