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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린 포드 유럽의회 의원 ‘북한의 개혁은 생존 위한 투쟁’


유럽의 대표적인 ‘지한파’정치인으로 꼽히는 글린 포드 유럽의회 의원이 최근 `벼랑 끝에 선 북한-생존을 위한 싸움 (North Korea on the Brink: Struggle for Survival)'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포드 의원은 지난 해 10월 유럽의회 한반도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북한 것을 포함해 지난 20년 간 10 차례나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유럽의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입니다. 포드 의원은 이번 저서에서 북한에서는 더디기는 하지만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과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포드 의원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1: 포드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벼랑 끝에 선 북한-생존을 위한 싸움’이라는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핵심 내용을 좀 소개해 주시죠.

포드 1: 핵심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북한 정권이 좋은 정권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개혁을 시도해 왔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 같이 나름대로 체제 개혁의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0년 간 중국과 베트남에서 이뤄진 경제발전을 지켜본 유럽 연합은 북한 역시 그런 개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북 핵 위기가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두번 째 포인트입니다. 북 핵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한 누구도 북한에 투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 책은 지난 1월 중순에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됐고, 오는 4월에는 일본어 판, 그리고 연말에는 한국어 판이 나올 예정입니다.

기자 2: 북한이 생존을 위해 개혁을 시도해 왔다고 하셨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개혁은 대체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포드2: 북한은 지난 2002년과 2003년, 그리고 2004년에 일련의 진지한 공공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북한은 2002년 7월 물가와 임금을 현실화하는 7.1경제관리개선 조치를 단행했는데 그로 인해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초래됐습니다. 오랫동안 배급체제에 의존한 사회가 화폐체제로 전환하면서 촉발된 현상이죠. 하지만 농업 분야 개혁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북한은 농부들과 협동농장들이 국가에 내는 생산량의 목표를 낮게 설정하고, 초과 생산물은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산업 분야의 개혁은 더 어려운 것입니다. 고용보다 해고가 더 많이 이뤄졌고, 만성적인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으로 공장들이 가동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의 개혁을 평가할 때 농업은 성공, 산업은 실패, 그리고 임금과 물가 현실화 조치는 성공 반, 실패 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3: 지난 해 10월을 포함해서 지난 20년 간 북한을 10 차례 방문하셨는데요, 그동안 북한에서 일고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목격하셨는지요?

포드3: 물론입니다. 제가 북한에 처음 갔을 때가 1990년 중반인데요,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 해 가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주최한 학술회의 때였습니다. 당시 학술회의는 경제개혁을 주제로 한 것이었는데 북한 관료 수십 명이 참가해서 EU 전문가들로부터 경제개혁 방안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에는 지난 10년 간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변화들도 있었지요. 가령 북한 전역에 암시장이 생겨나 주민들이 불법으로 달러와 유로를 교환하고, 매춘과 마약 밀매 행위 등이 생겨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북한 축구 경기에서 축구장 난동이나 폭력현상을 일컫는 ‘훌리거니즘’현상도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기자4: 앞서, 북한이 핵 문제 때문에 외부세계로부터 개혁으로 나가기 위한 조언과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핵 협상과 관련한 현 교착상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포드4: 현재 문제는 북한이 미국을 신뢰하지 않고 미국도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양측의 입장이 모두 맞습니다. 지난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도 불신 때문에 파기된 것이죠. 따라서 신뢰구축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유럽연합이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유럽연합에 대해서는 미국과 아주 다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5: 유럽연합이 북 핵 6자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요?

포드5: 6자회담은 6자회담 당사국들에게 맡겨진 것입니다. 하지만 북 핵 위기를 진정으로 해결하고 북한경제의 개혁을 원한다면 다른 국가들의 참여가 이뤄져야 합니다. 유럽연합은 이미 지난 6년 사이에 6억 5천만 유로를 북한에 제공했습니다. 또 북 핵 위기가 해결되면 추가로 북한에 투자할 준비와 의지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럽연합은 6자회담 이후의 협상 구도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집행원칙은 ‘No Say, No Pay’ 즉,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지불도 없다’라는 것입니다. 유럽연합은 과거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이후 비용 분담을 요청받았고 비용을 지불했지만, 이제는 실질적으로 계획 단계부터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메뉴를 선택하고 유럽연합은 비용만 지불하는 것은 사양한다는 입장입니다.

기자6: 의원님께서는 오랫동안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해 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새 정부는 전임 정부들에 비해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포드6: 지난 해 11월 말과 12월 초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그의 선거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새 대통령도 근본적으로는 포용정책에 대한 결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새 정부가 취할 북한에 대한 다른 시각이란 것은 톤(tone)의 변화이지 결코 방향(direction)의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새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른 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하다고 보지만, 한국의 모든 정치인들은 북한 문제를 푸는 해법은 고립이 아니라 포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기자7: 의원님께서는 오는 9월에 영국을 방문하는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공연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포드7: 저는 북한사람들이 가능한 한 많은 운동경기와 문화교류에 참여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뉴욕 필하모닉의 역사적인 공연이 북한에서 이뤄진 것처럼 북한의 교향악단이 유럽에 오는 것도 큰 의미를 지닙니다.

지금까지 ‘벼랑 끝에 선 북한-생존을 위한 싸움 (North Korea on the Brink: Struggle for Survival)’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한 글린 포드 유럽의회 의원과의 인터뷰를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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