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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이 공동 집필한 북한 교과서 출간


남북한 사이에 지난 10여 년 간 교류가 계속 확대돼 왔지만 남북한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 내용의 차이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한국의 한 출판사가 북한의 교과서를 직접 입수해, 북한 교육과정을 소개한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사범대 교수와 대학생 출신 탈북자 20여 명이 공동 집필한 북한 교육 관련 서적이 최근 출간됐습니다.

안보 관광 출판 전문업체인 ‘판문점 트레블센타’가 펴 낸 ‘붉은 넥타이’는 북한의 교육정책부터 교수방침 등, 최근 북한의 교육 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북한의 유치원부터 소학교, 고등학교의 교과서를 통해, 북한의 교과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특징입니다.

수령화 교육과 반제국주의 교양 교육이 처음 등장하는 유치원 과정과,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 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 등 이른바 ‘백두산 3대장군’의 어린시절과 혁명활동을 배우는 소, 중학교 교과 내용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습니다.

책을 출간한 김봉기 판문점 트레블센타 대표는 “통일을 위한 문제 해결의 첫 단추가 ‘교육’이라고 생각해 수년 간 자료입수를 하던 중에, 북에서 온 탈북민의 도움을 받게 됐다”고 출간배경을 밝혔습니다.

김봉기 판문점트레블센타 대표: “북한의 유치원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교과과정을 어떤 교과서를 통해 배우고 있는지 연구를 하게 됐는데 그 때 이 일에 동참하신 분들이 북에서 오신 교육자분들입니다. 오랫동안 자료입수를 했고, 국가로부터 받은 자료도 있습니다. 사실확인의 경우 북에서 직접 교육을 받은 학생들로부터 확인을 했고 교사들을 통해 확인하면서 자료 정리를 하게 됐습니다.”

책에 따르면 남한의 교육 목적이 민주주의 사회를 구현하는 것인 반면, 북한은 주체사상을 통해 공산주의 사회를 이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혁명정신’과 ‘북한체제 우월성 및 자본주의 비판’을 조직생활을 통해 집중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집필에 참여한 탈북자 정진화 씨는 “북한 아이들은 만 9살부터 ‘조선소년단’으로 불리는 조직생활을 통해 사상훈련을 받는다”며 “조선소년단은 모든 북한주민들이 조직생활을 시작하는 첫 단계로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진화: “모든 학생들이 남녀구분 없이 소학교 2학년 때부터 조선소년단에 가입하게 됩니다. 이는 모든 북한 사람들의 첫 조직생활로 보면됩니다. 첫 가입날짜는 김 부자의 생일을 위주로 하고 마지막엔 조선소년당 창립일인 6월 6일에 별도로 마련돼 있습니다. 소년단에 입단하면 모든 학생들이 목에 스카프를 매게 됩니다. 이를 북한에선 붉은 넥타이라고 부릅니다.

‘붉은 넥타이’라는 책 제목 역시 ‘조선소년단’의 상징물에서 착안했다고 정 씨는 설명했습니다.

소년단 조직생활이 끝나면 14살 전후로 ‘사회주의 청년동맹’에 가입해 조직적인 군사훈련을 거치게 됩니다.

중, 고교생은 붉은 청년근위대에서, 대학생은 교도대에 편입돼, 유사시 전쟁에 대비한 군사훈련을 받습니다.

군사훈련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정치사상 교육으로, 주로 혁명전통과 공산주의 사상교육, 계급교양 교육 등입니다.

교과 내용 역시 남한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치관을 가르치는 한편, 북한은 김일성 부자에 대한 충성과 혁명정신의 고취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형직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평양교원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2004년에 탈북한 이숙 씨는 “북한 아이들은 국어시간에 ‘혁명적 정서와 사고력을 발전시켜 김일성 부자에 대한 충성심’을 배운다”며 “이는 ‘의사소통과 언어이해’에 중점을 둔 남한과는 다른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숙: “수령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해서 수령의 혁명성, 지주자본이 나쁘다는 식의 계급교양이나 자본주의가 나쁘다는 자본주의 교양 등을 가르칩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로부터 북한을 지키기 위해선 역시 자기자신을 무장해야 하는데 북한에선 공산주의 인간을 키운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종국에 가선 한 개인 즉 수령을 위해 복무하는 일꾼으로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도덕 교과서 역시 남한의 경우, ‘가치판단 훈련을 통해 도덕성을 배양하는 것인 반면, 북한은 ‘혁명정신과 공산주의 도덕으로 무장해 주체혁명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 있다고 이 씨는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의 교원 선발 과정과 유치원생 교수안 그리고 소,중학교 교과서 내용 일부가 원문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북한의 사범대학과 교원대학 재학생들은 전공과목 외에도 정치사상교육과 교육학 등을 공부하며, 이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의 혁명 역사 등 정치 사상 교육과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숙 씨는 “남한과 달리 북한의 교수들은 방학 기간이 되면 재교육을 받는다”며 이는 지식 함양보다 사상적으로 약화되지 않도록 사상교양 강화에 중점을 두기 위한 북한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은 도시군별 교육부 산하에 이른바 ‘교수 강습대’를 설치해 일정기간 교원들을 재교육시킨다고 이씨는 설명했습니다.

이숙: “수령의 교시 말씀을 삽입하고 이를 방학기간에 다 강습해서 새학기에는 이에 근거해 핵생들 수업을 할 수 있게끔 교원들의 자질과 수양을 높이기 위해 하는 것이 교수강습제입니다.”

이와 관련,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교과서를 통해 남북 간의 지식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라며 “남북 간의 교류협력 이전에 상호 간의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 교수는 이어 “한국과 달리 초중고 10년제 학제 하에서 사상교육에 치중한 수업을 받아 온 탈북자들을 위해 별도의 교육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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