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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북축구 평양 대결 왜 기피하나


한국의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 3차 예선 2차전 남북한 맞대결을 당초 예정지인 평양이 아닌 3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홈 경기의 이점을 버리면서까지 평양 개최를 포기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관련 소식을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3월 2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 2차전 남북 축구경기와 관련해 남북한 축구 관계자들이 지난 5일과 26일 개성에서 가진 두 차례 실무 협상은 북측의 한국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 거부로 끝내 결렬됐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한 축구협회는 어제 국제축구연맹 즉 FIFA에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북측이 FIFA 규정을 무시하고 국기 국가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FIFA는 3국에서의 개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남북전 방송 중계권을 갖고 있는 한국의 SBS는 “북한측이 경기 장소를 중국 선양으로 옮기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해 북측이 이미 3국 개최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 축구협회 유영철 홍보국장은 “북측이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애국가 대신 아리랑을 고집하고 있지만 FIFA 규정을 어길 수 없다는 게 우리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FIFA 규정대로 축구경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중재요청을 해놓았구요, 아마 FIFA에서 북한측의 입장을 들을 겁니다. 다음 주 중 그 결과를 갖고 FIFA에서 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부에선 북측이 국기, 국가 문제에 대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대해 의아해 하는 분위깁니다. 북한 사회의 폐쇄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최근 뉴욕 필 평양공연에서 미국 국가와 성조기를 허용했던 예와 비교하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근 대미 관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주민들에게 ‘철천지 원수’로 여겨져 온 적대국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체육대학 오재근 교수는 “뉴욕 필 평양공연에 이어 남북축구경기에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허용함으로써 북한 당국이 대내외적으로 개방을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기대학교 스포츠 경영학과 김동선 교수는 북한의 차별적 태도가 미북 관계와는 또 다른 남북관계의 미묘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도 북한에서 있을 남북간 운동경기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3국에서 열릴 경우 북한측은 평양 개최시 SBS로부터 받을 중계권료 100만 달러 중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게 계속 선례로 남는다는 것이죠, 북한에서 하는 공식경기에선 태극기와 애국가를 해야 한다는 선례를 남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 협상에서도 자기들이 해줘야 하는 입장 때문에 이번엔 이것을 한번 반대하는 측면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정치적 측면에서, 중계권이나 광고권 아니에요, 평양에서 하면 그것을 많이 얻는데 포기하면서까지 그렇게 하는 데에는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정치적 문제가 깊이 깔려져 있지 않을까요”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의 체제 취약성 때문에 3국 개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한 탈북자는 “북한의 정치 정세가 너무 불안하고 주민 통제도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남한의 국기 국가에 대한 개방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여대 체육학과 박주한 교수는 북한이 이번 축구 남북전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통해 한국의 이명박 새 정부와 일정한 긴장관계를 조성하려는 의도도 녹아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전 정부와 다르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관계를 갖고 접근하려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경제분야에서 긴장을 걸 순 없단 말이에요, 북한 경제와 직접 관련된다는 말입니다, 만일 개성이나 금강산 갖고 문제를 제기할 경우에 남한이 그것 봐라 이렇게 되면 자기들도 문제가 생기니까 그런 분야에 조금씩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박 교수는 “1민족 1국가를 고집하다가 1민족 2국가를 받아들여 유엔에 동시가입했던 일과 이번 뉴욕 필 공연에서 미국 국가와 성조기를 허용한 점 등 북한의 태도 변화 선례를 놓고 볼 때 태극기와 애국가 불허 입장의 이유를 단지 체제 취약성에서만 찾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부연해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축구라는 스포츠 종목의 고유한 특성에서 이유를 찾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밀폐된 공간에서 제한된 관객을 대상으로 한 클래식 공연과 수만명의 관중이 모여드는 축구 경기의 대중적 파급력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경기대 김 교수는 축구경기가 국민의 사기를 유난히 자극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점 또한 북측이 고집을 꺾지 않는 이유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한과의 경기에서 북한이 질 확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북한 주민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할 것이며 남한의 태극기와 애국가를 걸면서 까지 북한이 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고 봅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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