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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정보원, 북한주민 집단신문 뒤 북송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 8일 서해상으로 표류해 넘어온 22명의 북한주민에 대해 개별 조사의 원칙을 깨고 집단신문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조사방식이 이들 주민들의 탈북 의사를 가려내는 데 크게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정원은 ‘북한주민 송환 사건’과 관련해, 북한주민들은 한국 측과 처음 접촉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북한 송환을 요구했다며, 5 명씩 집단조사를 한 뒤 북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어제 비공개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정보위 한나라당 간사인 정형근 의원이 말했습니다.

국정원은 당시 남측 고속정이 북한 주민들이 탑승한 고무보트 두 척에 다가가 귀순의사를 확인하자 “귀순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고, 합동신문을 위한 환승 지시에 대해서는 “북에 돌아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이 ‘국제상선공통망’을 이용해 “표류하는 우리측 선박을 즉시 북상시키라”고 남측에 두 차례 요구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습니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합동 신문팀이 다섯 명씩 조를 나눠 귀순 의사를 신문한 뒤, 일행을 의식해 귀순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이가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한 사람씩 차례로 귀순의사 유무를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일부 위원들은 “귀순 의사 신문은 개별 심사가 원칙인데 집단 신문을 먼저 한 것은 조사의 ABC도 모르는 것”이라며 “주민들을 북송하라는 북측의 요구에 화답하기 위해 졸속으로 심사한 게 아니냐”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북측 입장만 고려해 송환 조치한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일각에선 국정원 측이 북한 주민들을 강압적 분위기에서 조사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2001년 탈북한 김영일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대표는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난 상태에서 집단적으로 조사를 받다보면 두려움으로 제대로 의사를 밝히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적어도 사흘 이상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일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대표: “저희도 그런 과정을 겪어 봤습니다만 주변사람들이 눈치를 보고 무서워서 혹시라도 남한에 입국이 안되면 어쩌나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설사 귀순의사를 가지고 있더라도 옆 사람들이 공동으로 같이 인터뷰를 할 때, 북한 찬양하는 말이라던가 두려움 때문에 귀순 의사를 확실히 못 밝힐 경우가 있습니다. 철저히 개별 신문을 거쳐 귀순의사를 확실히 알아야 하는 것이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

또 ‘개별심사’라는 조사원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불과 몇 시간만에, 급하게 돌려보낸 정황도 석연찮은 대목입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홍순경 탈북자 동지회 회장은 “하루 만에 북한으로 돌려보내진 것은 한마디로 국가기관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습니다.

홍 회장은 “북한에서도 남한에서 표류하다 잘못 북한에 들어가면 수개월씩 조사하고 북한식 사회주의 교육을 받은 후 돌려보내고 있다”며 “이 같은 조사원칙은 어느 나라에나 적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홍순경 탈북자 동지회회장: “북측의 요구에 의해 보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북측이 설사 요구하더라고 개별적인 심사를 거치고 철저한 안정적인 심사를 해야 하는데 사실 자신의 속내를 5명씩 모여놓고 말하라면 속시원히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자체가 잘못됐구요. 20시간 가까이 바다를 떠돌다 온 사람들에게 하루 휴식도 안주고 돌려보낸것은국정원이 처사를 아주 잘못한 것 같습니다. “

홍 회장은 국정원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북한의 규정상 고기잡이배는 가족은 고사하고 친척도 함께 타지 못하는 상황에서 22명이 함께 움직인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망명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 주민들이 불법으로 고기잡이를 하다 표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2004년 입국한 문성휘 씨는 “황해도 지역은 검열과 규제가 심한데다 어획량의 상당수를 북한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며 “이들이 해안경비정의 감시를 피해 몰래 고기잡이를 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문 씨는 “북한에선 아이들도 조개잡이를 많이 한다”며 “먹을 것이 부족하다보니 경비정의 눈을 피해 불법으로 고기잡이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문성휘 씨: “해안경비대나 해당기관들의 이중 삼중 통제를 받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또 자기들이 잡은 물고기를 거의 대부분 국가나 승인해준 기관들에 받쳐야 합니다. 북한주민들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선 몰래 불법적인 방법으로 바다에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어린아이들까지 고가잡이에 총동원이 됩니다. “

이와 관련, 김승철 북한연구소 연구원은 “해상 경계선을 넘어 남한으로 들어오는 북한 주민들의 본심을 읽는 남측 정부 당국의 조사 방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승철 북한연구소 연구원: “보통 탈북자의 경우엔 남한에 오면 최근의 한국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졌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성이 많고 남한에 왔을 때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런 경우 심층조사를 통해 귀순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우연찮게 실수를 해서 NLL을 넘어왔는지를 확실한 조사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그런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평화기획실장은 “개별심사를 통해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야 함에도 미흡하게 처리한 부분이 있다”라고 지적한 뒤 “그러나 국정원의 발표 내용대로 주민들이 북송의사를 피력했다면 북송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습니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실장: “탈북했던 것이 아니라 채취하다 표류했다 본인들이 얘길하고 본인들이 돌아가기를 원하고 북측에서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면 그 세가지가 다 맞다면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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