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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원심분리기 이용한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에 엇갈린 의견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원심분리기 문제는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구입해 우라늄 농축에 사용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북한은 원심분리기 구입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의 원심분리기 구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이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 계획에 대해서는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둘러싼 교착상태의 핵심에는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 의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양측이 원심분리기 구입 여부와 용도를 놓고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를 수입해 이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북한은 원심분리기의 수입과 용도에 대해 일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 6일 열린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밝힌 내용을 상기시키며, 북한은 파키스탄으로부터 20여개 정도의 원심분리기를 구입했으며, 그 목적은 이를 역설계해 2~3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제작하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원심분리기 구입은 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직접 연결시키는 데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워싱턴 주재 파키스탄대사관의 공보관인 카와르 하니프 준장 (Brigadier General)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구입한 원심분리기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개발했을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하니프 준장은 원심분리기는 금속실린더 통에 지나지 않는다며, 파키스탄이 북한에 판매한 원심분리기는 현재로서는 사용 가치가 없는 아주 낡은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워싱턴에 소재한 민간 연구기관인 미국진보센터의 조셉 시린치오니 수석 부소장 역시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파키스탄에서 수입한 원심분리기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치오니 부소장은 북한이 원심분리기 부품을 일부 수입했을 수 있지만 제대로 가동하는 원심분리기는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몬트레이대학 핵확산 방지 연구소의 레오나르드 스펙터 부소장은 북한이 구입한 원심분리기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서 핵심 기술임을 지적했습니다.

스펙터 부소장은 북한이 구입한 원심분리기는 현재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종이라며, 파키스탄으로부터 P-1 원심분리기를 사들였던 이란이 현재 3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20 여 개의 원심분리기를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역시 많은 수의 원심분리기를 제작해 낼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스펙터 부소장은 원심분리기는 파키스탄, 이란, 리비아 등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나라들이 선택하는 중요한 기술로 보인다며, 북한도 같은 전철을 밟았을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라늄 농축 부분에 대한 정확하고 완전한 신고 의무가 북한 측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시리치오니 부소장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동했었다는 유력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북한이 이와 관련해 어떤 움직임을 보였다는 증거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치오니 부소장은 따라서 앞으로 협상이 계속되면서 북한은 기존의 전면적인 부인 입장에서 물러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부품들을 수입한 사실은 인정하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개발은 부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꿀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스펙터 부소장은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 목록을 공개하는 한 과거를 추궁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측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스펙터 부소장은 북한의 핵 신고의 정확성과 완전성에 1백% 확신을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북한이 보여주는 협조의 태도와 투명성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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