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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궁정경제가 외화관리 시스템 파괴' - 탈북 전문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줄로 알려진 이른바 ‘궁정경제’가 북한의 통일적 외화관리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안보 관련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탈북자 출신 연구원의 논문에서 제기된 내용인데요, 관련 소식을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외보험총국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4년 탈북한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른바 `궁정경제'의 출현이 북한의 내각 중심의 통일적 외화관리 시스템을 붕괴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자신의 석사논문 ‘북한의 외화관리 시스템 변화 연구’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논문을 통해 ‘궁정경제’를 ‘군수경제와 노동당 중심의 경제 운영’으로 규정했습니다. 궁정경제가 산업적 측면에서 외화벌이가 될 수 있는 군수산업 등 노른자위 산업 부분을 흡수해 인민경제를 침식했다는 설명입니다.

“궁정경제는 인민경제를 침식해 갔습니다. 외화가 될만한 금광, 수산업, 광산업을 비롯해서 모든 부분에서 외화를 벌 수 있는 기관들을 흡수했죠. 그래서 내각경제 즉 인민경제가 많이 축소된 겁니다.”

김 연구위원은 이들 산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를 통치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부문별 은행들이 세워지면서 당초 내각 주도로 통일적 외화관리를 위해 창설한 조선무역은행이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궁정경제 출현과 함께 생긴 많은 부문별 은행 즉, 대성은행 고려은행 동북아시아은행 등은 당 부서들의 직접적 지시와 지도를 받으며 통치자의 직접적 자금줄로 연결이 되게 됐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논문을 통해, “궁정경제가 노른자위 산업부문과 부문별 은행을 결합시켜 내각의 통제와 관리를 벗어나 계획, 생산, 분배, 무역, 금융에 이르는 모든 경제활동을 연합체화, 그룹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또 궁정경제가 당과 군의 주도 하에 육성되면서 내각의 힘이 약화되고 당과 군의 권력이 비대화하는 권력구조의 변화도 낳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내각 총리는 이제 그 파산에 직면한 그리고 많이 몰락한 북한경제를 책임진 보잘 것 없는 경제 수장으로 전락됐고, 그 다음에 통치자가 육성하는 당 경제, 군수경제를 위시한 궁정경제는 인민경제를 계속 침식해 갔죠.”

궁정경제의 확산으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에 무질서와혼란이 빚어지면서 공식경제와 비공식경제라는 2중적 경제구조를 낳는가 하면 엘리트 중심의 특권계층을 위한 소득구조의 심화, 자원배분 시스템의 왜곡, 외화 누수 등을 낳았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 내부의 공식경제가 마비되고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북한의 통치계급은 물론 일반 주민들의 외화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누구든지 외화를 보유하고 사용해야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됐고, 북한 지배계층이나 통치자도 통치자금을 외화에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고착화됐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한동안 북 핵 협상의 큰 걸림돌이었던 북한의 방코델타아시아 즉 BDA 은행 내 계좌 문제도 이 같은 북한 통치계급의 외화 의존도의 연장선상에서 설명했습니다.

“북한 해외 금융창구가 BDA 마카오 좁은 지역에 밀집돼 있다고 볼 수 있구요, 궁정경제는 외화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즉 해외금융 창구가 막히는 것은 김정일 통치자금, 체제를 지탱해주고 있는 궁정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 궁정경제 출현은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정치권력을 공고히 장악하지 못한 김 위원장이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대대적인 선물정치를 펼친 게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197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의 하락과 물자부족의 심화, 당의 강화와 경제에 대한 간섭의 심화, 국방공업 중시 정책 등도 또 다른 요인들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궁정경제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북한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과 군부의 영향력 때문에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경제 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입니다.

“금융시스템 개혁 필요성은 제기됐지만 실질적으로 군이나 당 쪽에서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 외화 관련 은행들의 기능까지 무역은행에서 총괄해서 개혁을 하는 그런 상황까지 가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 정도가 이뤄진다면 북한이 외부에서 기대하고 있는 개혁과 개방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 수준까지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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