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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되는 조총련


일본의 오사카 지방법원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오사카 본부가 있는 ‘오사카 조선회관’을 최근 매각키로 결정한 데 대해, 북한 측은 어제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정치적 테러행위이자 6자회담을 방해하기 위한 처사'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와, 최근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일본 내 조총련의 실태에 대해 현지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우선 최근 오사카 지방법원이 조총련 오사카 본부건물을 매각하게 된 배경과 현재 상황부터 말씀해주시죠.

답: 네, 조총련의 오사카 본부가 들어 있는 오사카 조선회관 건물은 한 조총련계 신용금고의 담보물건으로 잡혀 있었는데요, 그 신용금고가 파산하면서 채권을 떠안은 일본 정리회수기구가 경매를 진행했던 것입니다. 최근 경매에서 이 건물은 도쿄 신주쿠에 있는 한 부동산회사가 6억엔에 낙찰을 받았는데요, 만약에 새 소유자가 오사카 조선회관을 조총련에게 임대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조총련 오사카본부는 그 건물에서 나와야 합니다.

오사카 조선회관은 지상 6층 지하 1층으로 연건평이 3600㎡,부지는 약 1600㎡인 건물인데요.조총련 오사카 본부가 이 건물에서 쫓겨난다면 조총련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특히 비슷한 처지로 도쿄의 조총련 중앙본부도 법원의 경매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조총련의 위기감과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입니다.

문: 말씀하셨듯이 도쿄의 조총련 본부도 법원의 경매가 예정돼 있는데요, 조총련 본부 건물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답: 도쿄 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조총련 중앙본부는 역시 파산한 조총련계 신용금고로부터 대출받은 6백27억엔을 갚지 못해서 일본의 정리회수기구가 중앙본부 건물에 대한 차압과 경매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조총련이 이렇게 채무에 몰린 것은 조긴(朝銀)신용조합이라고 하는 조총련계 신용금고의 파탄 때문인데요, 조긴은 일본 은행들로부터 융자를 받기가 어려웠던 재일동포 상공인들이 출자해 만든 자조(自助)적 금융기관이지만 그 운영에는 조총련이 깊숙이 개입해 왔습니다.

돈을 융자해주는 대신에 일부를 리베이트 형식으로 기부 받아서 조총련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 중 적지 않은 액수가 북한으로 불법 송금됐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입니다.

어쨌든 도쿄에 있는 조총련 중앙본부 건물로 오사카 회사회관 처럼 경매를 통해 제3자에게 넘어가면 조총련 중앙본부 역시 지금의 건물에서 나와야 할 처지가 될지 모릅니다.문제는 조총련이 지금의 중앙본부 건물을 나오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점인데요, 조총련의 재정사정으론 새로 입주할 건물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고. 그렇다고 임대로 남의 건물에 들어가자니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조총련을 세입자로 받아들일 건물주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 조총련계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파산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재일동포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일 수도 있을 텐데요, 그 배경에는 일본의 사행산업인 빠찡코의 불황도 한 몫하고 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빠찡꼬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행성 성인 오락사업인데요, 이 산업이 최근 정부의 규제 등으로 극심한 불황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 도산한 빠찡꼬 점포가 1천200개에 달하고요, 또다른 도박인 슬롯머신 점포도 50%가 격감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바로 이 빠찡꼬 산업이 조총련을 포함한 재일동포의 기간산업이란 점입니다.

실제로 재일동포들에 대한 일본 사회의 차별이 극심했던 과거에 빠찡코는 재일동포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고, 그래서 일본 전국의 빠찡꼬 점포 70% 이상이 재일동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습니다.어쨌든 일본에 있는 한국계 동포 금융사가 8개중에서 조총련계가 5~6개였는데요, 그 중 30~40%가 빠찡꼬 자금을 모태로 만들어진 것입니다.그러다 보니 빠찡꼬 불황은 관련 금융회사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조총련에서 연쇄적인 타격을 준 셈입니다.

문: 어쨌든 조총련 본부 건물 매각 등이 관련 금융회사의 파산으로 인한 채권정리절차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조총련 쪽에서는 일본 정부의 정치적 탄압이란 시각이 강하지요.

답: 그렇습니다.일본 정부가 조총련의 와해 또는 강제해산을 목표로 직간접의 탄압을 가하고 있다는 게 조총련 쪽의 주장입니다. 사실 조총련은 본부 건물 경매 외에도 그간 일본에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입니다.특히 직전 아베 정권에선 일본 사법 당국의 전방위 수사와 압박에 시달려 왔습니다.조총련 하부 기관이나 조총련 관련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도 빈번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조총련에 대해서 전례없이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조총련에 대한 일본내 여론이 악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특히 일본인 납치에 대해선 조총련이 당시 납치 행위에 가담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총련은 북한의 하수인이다’란 이미지가 일본 국민들 사이에 퍼졌고, 조총련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차가워졌던 것입니다.

문: 그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 조총련에 적(籍)을 뒀거나 우호적이던 재일동포들의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그동안 한국 국적이 아닌 조선 국적으로 조총련에 소속돼 있던 재일동포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선 북한과 수교를 맺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 국적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1945년 해방 이전에 일본에 들어온 한반도 출신자와 그 자손에 대해서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한 ‘조선반도 출신 외국인’이란 모호한 신분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조총련에 소속된 대부분 동포들이 바로 이 조선 국적이었는데요, 점차 한국 국적으로의 전환이 늘고 있다는 얘깁니다.

때문에 조총련계 일본 동포 수는 크게 줄었는데요, 일본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조총련 설립 초기에는 재일 동포 60만명중에 약 50만명이 조총련계였지만 지금은 4만명 남짓한 수준으로 줄어 들은 상태입니다.이런 재일동포들의 이탈 현상은 조총련의 존립 근거를 뿌리채 흔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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